4·7 재·보궐선거에 사활을 건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거친 표현들이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이번 선거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는 여야가 네거티브와 막말 경쟁으로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높이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남은 9일 동안 이런 진흙탕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셔야 한다. 내곡동 땅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입니까 아닙니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27일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박영선 후보 지원 유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쓰레기’라고 했다. 윤 의원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법사위원장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국민의힘이 공천한 후보들은 시장실로 가기보다 검찰 조사실에 먼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역대급 막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윤 의원이)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도 틈만 나면 막말을 쏟아낸 전력이 있지만, 시민들이 빤히 지켜보는 순간조차 이런 저급한 단어를 쓸 줄 누가 상상이나 했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진흙탕 선거 작전, 그만 집어치우라”고 했지만, 야당 역시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다.
“일자리 못 만들고 주택 가격 올린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다.” 오 후보는 27일 성동구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실패한 대통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후보는 과거 자신이 문 대통령을 향해 ‘중증치매 환자’라고 지칭한 것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했다.
난타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순간 광화문광장은 태극기부대의 난동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며 “‘독재자’, ‘중증치매 환자’라는 표현은 말을 빙자한 언어폭력이며 보편과 상식을 가진 사람은 그런 언어폭력을 쓰지 않는다”고 오 후보를 정조준했다.
막말 공방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막말 자제’ 의사를 밝혔다. 오 후보는 27일 유세 일정이 끝난 뒤 “상대방이 저열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고상하게 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저열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정도만을 걷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가 유독 네거티브와 막말로 점철된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여부 등이 달린 ‘벼랑 끝 승부’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재·보궐선거이지만 여야 모두 대선 수준으로 온 힘을 쏟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후보는 물론이고 여야 대선 주자들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당 지도부까지 막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보궐선거는 조직력 동원과 지지층 결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끌어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여야가 모두 감정적인 네거티브와 막말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같이 선을 넘는 전략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여당이 ‘여야 모두의 문제’라는 걸 보여주려다 보니 초반부터 야당 후보들을 겨냥해 네거티브를 세게 걸었다”며 “여야 모두 감정이 격해져 실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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