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을 함부로 사용하면 문재인 정부 성공은커녕 완전한 역풍을 맞을 것.” “보수의 몰락을 넘어 소멸까지, 절체절명의 순간.”
지난해 4·15 총선이 끝나자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기세등등한 민주당과 달리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바람 앞에 촛불 신세였다.
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이 같은 전망은 현실이 됐을까.
정치권은 이번 선거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심판한다’는 민심을 또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 180석을 얻었다.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183석이다. 대통령 탄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입법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03석을 얻었다. 지역구만 놓고 보면 전국 253곳 중 84곳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여년간 보수당이 지역구에서 100석 미만을 차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보수당의 참패 원인으로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재난지원금 Δ공천 잡음 Δ막말 논란 등이 꼽혔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한 정치평론가는 “바뀐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도 전략도 전무한 결과”라며 “선거가 끝났지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승을 거둔 민주당을 향해서는 ‘책임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야당을 품고 소수의 의견도 듣는 큰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도 무용이기 때문에 민주당에 상당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고 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하나 지난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어려운 선거임에 틀림없다. 오는 1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보도가 금지되는데,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결정적 한 방’을 마련하기도 요원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 새 반 토막 났다. 총선 전 60%에 가까웠던 지지율은 현재 30% 초중반대다. 절대적 지지층이었던 40대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는 확실히 등을 돌렸다.
검찰개혁, 부동산, 권력형 성범죄, 입시비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건 ‘내로남불,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 여러 쇄신책을 발표했지만 특별한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정부·여당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것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당은 늘 자기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못해서 그 반사이익을 얻는 집단”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1년 만에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건 그만큼 민심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선거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또다시 민심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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