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성희롱” 인천 미추홀구청장 피소…“감수성 부족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0시 16분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이 소셜미디어(SNS)에 성희롱성 댓글을 달았다가 피해자에게 고소당하고 사죄했다.

31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6일 A 씨(여)가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김 구청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A 씨는 SNS에 평소 다니던 한의원 원장을 지칭하며 “저는 한방이 잘 맞는 체질인데, 특히 OOO원장님과는 치료 궁합이 잘 맞는 거 같으니 명의죠”라는 글을 썼다.

그러자 김 구청장은 “치료 궁합만 맞아야 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어 ‘하!하!하!’라고 폭소하는 이모티콘까지 달았다.

A 씨가 “불쾌하다”고 항의하자 김 구청장은 사과했다. 그러나 A 씨는 “추행을 당한 기분이고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이 커지자 김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구민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제가 생각이 짧았다”며 “평소 제가 아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잘 받으셨다며 치료궁합이 잘 맞았다는 SNS 글에 제가 댓글로 호응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해당 구민께 큰 불쾌감을 안겨드리고 말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평소 미추홀구 구정과 제 활동에 SNS상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던 분이었던 만큼 다른 어떤 불손한 의도 없이, 긍정적 의미의 메시지를 건네려던 것이 다른 의도로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저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처음 댓글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계신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사실 깜짝 놀랐다. 제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상처를 드렸다는 생각에 곧바로 SNS에 사과를 올리고 연락을 드렸지만, 그것으로 그분의 마음을 풀어드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다”며 “결국 그분께선 저를 고소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저는 결단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A 씨는 애초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상급 기관인 인천경찰청은 김 구청장이 선출직 공직자 신분인 점을 고려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조만간 양 측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모욕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7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책특별보좌역을 지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김정식 구청장 사과문 전문
미추홀구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추홀구청장 김정식입니다.

오늘은 무거운 마음으로 말씀을 올리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모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와 관련, 먼저 해당 구민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평소 제가 아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잘 받으셨다며 치료궁합이 잘 맞았다는 SNS 글에 제가 댓글로 호응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해당 구민께 큰 불쾌감을 안겨드리고 말았습니다.

평소 미추홀구 구정과 제 활동에 SNS상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던 분이었던 만큼 다른 어떤 불손한 의도 없이, 긍정적 의미의 메시지를 건네려던 것이 다른 의도로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습니다.

처음 댓글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계신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제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상처를 드렸다는 생각에 곧바로 SNS에 사과를 올리고 연락을 드렸지만, 그것으로 그분의 마음을 풀어드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분께선 저를 고소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결단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분과 대화가 개인메신저가 아니라, 수많은 지인들은 물론 불특정 다수도 읽을 수 있는 ‘페이스북’ 댓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제가 애초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사과 드리고 제 마음을 정확히 전하지 못했던 점은 한없이 아쉽기만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대화’에 있어선 말을 건내려는 쪽이 먼저 지녀야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저의 댓글 대화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시 한번 해당 구민께, 그리고 미추홀구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구민과 소통하면서 더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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