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한미일 대북정책 조율하는 날, 中선 정의용-왕이 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7시 07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실장을 불러 한미일이 함께 북한과 중국 정책을 조율하는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난다. 미중 갈등 속에서 북한과 중국이 밀착해 반미(反美)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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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한미일 3자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일 국가안보보좌관급 협의다. 백악관은 “이번 협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번영에 대한 우리(한미일)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외교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일 왕 부장 초청으로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를 방문해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고 밝혔다. 미국과 시차를 고려하면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같은 날에 개최되는 것. 정 장관은 2월 취임 뒤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대만과 가까운 샤먼시를 한중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3.31/뉴스1 © News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3.31/뉴스1 © News1
정 장관은 31일 취임 후 첫 공개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기본입장은 절대 모호하지 않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 “미중은 우리 선택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해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 장관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있음도 인정했다. 정 장관은 ‘비핵화 입구로서 종전선언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미국의 판단은 우리하고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에 대해 미국이 회의적인 입장임을 드러낸 것.

정 장관은 또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의향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미측이 정상회담 방식인) 톱다운, 톱다운 외 다른 방식 또는 혼합된 방식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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