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실장을 불러 한미일이 함께 북한과 중국 정책을 조율하는 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난다. 미중 갈등 속에서 북한과 중국이 밀착해 반미(反美)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외교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일 왕 부장 초청으로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를 방문해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고 밝혔다. 미국과 시차를 고려하면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같은 날에 개최되는 것. 정 장관은 2월 취임 뒤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대만과 가까운 샤먼시를 한중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 장관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있음도 인정했다. 정 장관은 ‘비핵화 입구로서 종전선언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미국의 판단은 우리하고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에 대해 미국이 회의적인 입장임을 드러낸 것.
정 장관은 또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의향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미측이 정상회담 방식인) 톱다운, 톱다운 외 다른 방식 또는 혼합된 방식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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