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재조사’에 생존장병 “靑 앞에서 죽고픈 심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일 19시 58분


피격 사건 발생 20일 만인 2010년 4월15일 서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 (서울지방보훈청 제공)2013.3.26/뉴스1
피격 사건 발생 20일 만인 2010년 4월15일 서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 (서울지방보훈청 제공)2013.3.26/뉴스1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의 천안함 피격 사건 재조사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고 나섰다. 파장이 커지자 진상위는 2일 뒤늦게 재조사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전준영 천안함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은 1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썼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은 고 민평기 상사의 형 광기 씨 등과 함께 진상위를 방문해 이인람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조사 진행을 중지하고, 청와대와 진상위가 사과문을 발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광기 씨는 “참을 만큼 참았다. 요구조건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 강하게 반발한 건 지난해 12월 14일 진상위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정을 내린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상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7일 ‘천안함 피격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진정이 접수됐다. 진정인은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 씨이며, 진상위는 신 씨가 ‘사망 목격자로부터 전해들은 사람’이라는 진정인 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봤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국내외 전문가 71명과 국회 추천 위원 3명으로 꾸려졌던 합조단은 “천안함이 해상에서 경계 임무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에 합류한 신 씨는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왔다.

진상위 관계자는 재조사 결정 이유에 대해 “각하 사유에 대해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일단 조사 개시 결정을 해왔던 선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상위 조사 개시 결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다만 진상위는 지난해 재조사 결정 이후에 진행 중인 사건이 많아 현재까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진 않았다. 유족 및 생존 장병들은 신 씨의 진정이 진상위에서 각하되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다.

논란이 되자 진상위는 2일 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유족 등과 면담 뒤 “사안의 성격상 최대한 신속하게 각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해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상위 관계자도 “특별법에 따라 조사개시 결정 이후에도 각하가 가능하다”고 했다.

진상위는 지난해 재조사 개시 결정을 한 뒤 관련 규정에 따라 국방부에도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군 당국이 합조단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사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타 기관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며 그동안 일관된 입장을 변함없이 표명해 왔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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