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회담’을 위해 지난달 방한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중 정상회담이 준비 중에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존재(indispensable)라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 최고위 관계자들이 북-중 정상회담 준비 정황을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회담’을 포함한 한미 대화에 정통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에 “북-중 간 정상회담 준비 전망과 진전 사항 등을 예의 주시하겠다”면서도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 의지가 매우 약하다”고 했다.
서 실장은 3월 17, 18일 이틀간 방한한 블링컨 장관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전하며 이는 북-미 대화의 ‘전조(precursor)’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같은 해 3월과 5월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전례를 상기시키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이 서 실장, 정 장관과 나눈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잘 아는 미 행정부 관계자는 본보에 “북핵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중국의 호전성이 드러나는 시국에서는 그들(중국)을 긍정적인 협상 참여자(positive player)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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