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복지 공약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일자리·경제 공약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와 한국행정학회가 여야 부산시장 후보의 5대 공약을 점검한 결과(5점 만점) 김 후보는 복지 공약에서 3.37점, 박 후보는 일자리·경제 공약에서 3.29점으로 다른 분야 공약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후보는 △일자리가 넘치는 글로벌 경제플랫폼 도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녹색도시 △다양성이 꽃피는 글로벌 해양문화도시 △상생과 포용의 행복도시 △시민중심 자치분권 도시를 5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박 후보는 △산학협력으로 도심형 청년일자리 창출 △15분 도시 △도심형 초고속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 건설 △일상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 △여성과 아이들이 행복한 고품질 복지 등을 약속했다.
행정학회 평가단은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부산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책의 ‘대응성’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공약의 현실화 여부를 측정하는 ‘실현가능성’의 경우 낮은 평가가 나왔다.
평가단은 김 후보 복지 공약의 ‘대응성’ 부분을 3.64점으로 평가했다. 깨끗한 물 제공,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로 조성, 친환경 대중교통시스템 등이 시민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이라는 것이다.
또 김 후보의 시민중심 자치분권 공약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분권을 포함한 지방분권이 가속화되고 있어 특수성에 기반해 자치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시도하고자 한 점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후보가 내세운 일자리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2.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희재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견·대기업 유치나 2만5000개 이상 법인창업 지원은 이행 방법이 추상적”이라고 했다.
박 후보의 도심형 청년일자리 공약은 ‘혁신성’ ‘대응성’(각각 3.48점)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특히 기업 현장 연수기반 산학협력체계 구축, 4차 산업혁명형 일자리 창출, 세대 맞춤형 특화 일자리 창출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혁신적인 지역 일자리 창출 전략, 이행 방법 등 공약은 부산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원과 적합성이 다소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 핵심 전략 키워드들이 새로운 기술, 시대의 흐름에는 부합하지만 부산의 산업 기반과 정합성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혜진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과 대학 간의 인적 교류 자체가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 특성화 사업들과 관련된 산업의 다각화, 창업지원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교통 분야의 ‘어반루프’ 공약은 ‘실현가능성’에서 2.3점에 그쳤다. 이남국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토지 보상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등 일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기술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이행이 어렵고 건설비는 규모와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은 두 후보들의 공약들이 특히 ‘실현가능성’ 부분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재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약 이행기간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2021년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이후 사업의 경우 국비 확보, 부산시 예산 편성에 필요하면 민간투자 유치라는 다소 원론적인 내용만 밝히고 있다”고 했다.
행정학회 교수 150명 설문… 공약 타당성 등 4가지 항목 평가
동아일보는 한국행정학회(회장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사진)와 함께 4·7 재·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 4인의 5대 공약을 검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후보가 등록한 대표 공약을 △혁신성 △대응성 △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 4가지 기준으로 들여다봤다. 서울 후보는 100명, 부산 후보는 50명의 행정학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달 26∼29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4개 항목을 채점했다. 이후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가 이끄는 22명의 평가단이 최종 점검에 나섰다.
박 회장은 “서울과 부산의 인구를 합하면 국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선거는 상징성이 있고 영향력이 큰 선거”라며 “현재 선거가 네거티브 위주, 이념 지향, 이미지 지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지만 바람직한 정책 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검증하기 위해서 평가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를 통해 각 후보들이 정말 잔여 임기 동안 수행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했는지 살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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