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 나서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모시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아 시민의 권리를 행사한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는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를 선택한 것도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4일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재보궐선거 투표날은 쉬는 날이 아니지만 현재 직업이 없는 윤 전 총장은 본투표날 투표를 해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선거를 닷새 앞둔 사전투표 시작일에 투표했다는 것은 윤 전 총장이 행동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의도는 윤 전 총장이 퇴직 후 내놓은 메시지에서 읽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조선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재보궐선거의 의미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정의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는데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정치라는 건 시민들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묻고 또 잘못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재보궐선거는 평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정권안정에, 높으면 정권심판에 무게가 쏠린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투표로 정권심판’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사전투표 첫날 오전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야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유세 때마다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믿지 말아달라. 여론조사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은 다르다”며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반드시 투표장에 나서 달라고 호소한다.
서울 49명의 국회의원 중 41명, 109명의 시의원 중 101명, 25명의 구청장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인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민주당이 조직력을 총동원한다면 여론조사와 다른 선거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을 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후보와 오 후보, 사실상 2파전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에게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하나의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투표가 아닌 사전투표에 아버지와 함께 나서는 것은 웬만한 정치적 감각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메시지를 내지 않더라도 사전투표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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