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2일) 투표율(9.14%)이 2018년 지방선거(8.77%)보다 높게 나오자 투표 독려에 더 박차를 가했다. 여당은 “샤이 진보와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해석했고, 야당은 “정권 심판 바람이 태풍으로 바뀌었다”고 자신했다.
○ 與 “여론조사 격차 극복할 수 있어”
“선거는 끝나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유세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김 원내대표는 “주변에 아는 분까지 싹 권유해서 투표해주시면 여론조사의 격차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열세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속속 사전투표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렇게 질 수는 없다’는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본다”며 “최근 선거를 봐도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연일 읍소 전략을 펼치며 고개를 숙이는 것도 여권에 대한 실망으로 아예 투표장에 나서지 않는 유권자들을 돌려놓기 위한 전략이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도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도 “국민 회초리가 아프더라도 더 진심으로, 더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野 “썩은 나무 자르기 좋은 날”
“국민 여러분, 분노한다면 투표해 달라.”
국민의힘은 이날 “상식과 정의가 승리하는 날이 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삼권분립은 사실상 형해화됐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고, 공동체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며 “‘친문(친문재인) 장벽’ 속에서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국민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전투표가 중요하다. 꼭 투표해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폭주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내로남불’ 등에 따른 정권 심판 바람이 사전투표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높은 사전투표율은 현 정권을 심판하려는 ‘분노의 투표율’”이라며 “사전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편견은 이번에 뒤집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 신촌에서 투표를 한 뒤 “이제 곧 식목일인데, 오늘과 내일은 썩은 나무를 자르기 좋은 날”이라고 독려했다.
야당은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 사전투표’ 우려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얼마 전 선거법이 개정돼서 (사전투표) 참관을 훨씬 더 강화하는 등 부정을 의심받을 만한 소지를 없애는 많은 장치를 만들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사전투표를 해 달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여당은 ‘샤이 진보’들의 사전투표율을 높이는 반면에 보수층의 투표율은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고, 야당은 정권심판 바람을 확산시켜 전체 투표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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