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뚫고 재보선 최고 흥행…‘분노’일까, ‘위기의식’ 반영일까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4일 08시 10분


4·7재보궐 사전투표율 20.54%…역대 최고치
文 정권 아래 이해 관계 충돌한 '이상 징후'
홍형식 "국민들이 정권에 할 말 많다는 의미"
정권심판론에 분노까지 더해져 투표율 올려
본투표율도 동반 상승…野에 유리한 측면 커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선 최고치인 20.54%를 기록하면서 일단 여야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재보궐선거는 지방선거나 총선보다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데도 이번 선거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인 20.14%보다도 높게 나타났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사전투표율 21.95%로 6회(11.14%), 7회(19.10%) 지방선거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정권심판론’ 대 ‘기득권 유지(국정안정론)’라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 충돌에 따른 결집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전통적인 여야 지지 구도로 보기보다는 ‘이해관계’로 표를 던졌다는 의미로, 표로써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들과 현 정부 정책으로 인해 득을 본 세력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투표장에 모두 나온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4·7 재보궐 사전투표율에 대해 “마이너리그인 재보궐선거에서 총선과 지선만큼 투표율이 높다는 건 민심의 ‘이상 신호’”라면서 “현 정부에 득을 본 계급과 피해를 본 계급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갈등 과정에서 이같이 높은 투표율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소장은 이어 “국민이 정권에 대해 할 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높은 투표율은 그 자체 만으로도 정치인들은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정권심판론이다. 거기에 플러스 분노다. 정책 실패가 결국 아파트 계급을 만들었고, 여기에 가장 큰 피해자인 2030세대들을 ‘경험치가 낮다’는 식으로 여권이 무시한 것도 이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2030세대의 ‘반문재인’ 정서가 이번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분노 투표’가 투표율을 높였다는 얘기다.

그는 “투표 행위 중 가장 적극적 투표는 ‘분노 투표’다. 누가 좋아서 찍는 것보다 누굴 혼내기 위해 가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란 것”이라면서 “그 분노 투표 성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 게 특징이라고 보면 본투표까지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인 탓에 민주당 지지층의 ‘위기의식’이 사전투표율에 반영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비가 오는 휴일에 번잡스러움을 무릅쓰고 투표장으로 가는 그런 층은 주로 민주당 위기감에 따른 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2030 결집이 아니냐는 해석과 관련해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투표장에 간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그래서 전통적 여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이 같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최종 결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앞선 분석대로라면 국민의힘에 유리해질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분노 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면 야당이 호소하고 있는 정권심판 및 교체론에 부합하고, 높은 사전투표율을 본 나머지 유권자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당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보인 큰 격차 때문에 지지층 사기가 많이 저하됐고, 또 민주당의 모습에 회의감이 증폭되면서 아마 여당 지지층 투표는 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보통은 네거티브전이 정치 혐오를 가져오면서 투표율이 낮아지는데 이번에 높게 나온 걸 보면 그 의미는 여당의 네거티브전이 큰 영향력을 주지는 못했고, 오히려 정권심판 투표층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 평론가는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서로 상승작용을 해서 투표율 전체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했고, 홍 한길리서치 소장도 “30대도 원래 민주당 지지성향인데, 이들이 투표장에 나왔다는 건 민주당이 어려울 거란 얘기다.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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