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과 강경 보수의 상징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등 과거 선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권은 거세지는 정권심판론, 갈수록 떨어지는 문 대통령 지지율 등으로 문 대통령과는 거리를 둔 채 읍소 전략으로 돌아섰고, 야권은 태극기를 드는 대신 2030세대를 끌어안으며 중도보수 결집도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H 블랙홀에 연이은 사과, 정부와 거리두기…1~2년 전과는 정반대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사태와 관련해 첫 사과를 한 뒤 ‘읍소’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LH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역시 문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하게 두 배로 제가 잘하겠다. 제가 바꾸겠다. 민주당도 더 큰 품의 민주당으로 바꾸겠다. 그 질책을 제가 다 받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와 후보가 잇따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고 선을 긋는 것은 1~2년 전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21대 총선 때처럼 홍보물과 현수막, 유세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문재인’ 이름 석 자가 지워지는 모습이다. 당시에는 후보들이 ‘친문 적자’라며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런 전략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정권심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 차원에서도 문 대통령의 후광보단 후보 개인의 인물과 공약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문 대통령 홍보 문구를 찾기 어려운 점에 대해 “주된 쟁점이 부동산인 영향도 있으리라고 본다. 방역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문제가 주요 쟁점이라 그것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거리두는 野…2030 손 잡고 ‘합리적 보수’로 중도층 공략
국민의힘은 의도적으로 ‘태극기’와 거리를 두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합리적 보수’를 내걸자 보수 야권의 ‘주력부대’로 활동했던 태극기 세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태극기’의 빈자리는 2030 청년 세대가 메우고 있다. 지난 3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도 2030 청년, 4050 직장인 수백명이 몰렸다. 오 후보와 ‘셀카’를 찍으려는 젊은이들로 ‘대기줄’이 생기는 광경도 연출됐다.
전날 서울 용산역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대학생 김모씨(21)는 “오세훈을 지지하는 이유는 세가지”라며 “망해가는 서울을 이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오세훈의 신념을 믿기 때문에, 서울의 발전을 책임질 분은 오세훈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말했다.
국민의힘 ‘청년유세단’이 모집 이틀 만에 200명을 돌파한 점도 청년 유권자의 ‘우클릭’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2030 청년 지지자 수백명이 나서는 ‘무제한 릴레이 유세’를 진행한다.
반면 지난해까지 선봉에 섰던 ‘태극기 부대’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을 치르면서 우리공화당과 한 번도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우리공화당과 연락한 적 없다”며 “일부 극보수 유튜버들의 허위사실과 가짜뉴스 때문에 부담이다”고 귀띔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선대위 뉴미디어본부장도 지난달 31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대신 다른 백신을 맞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런 보수 먹칠하는 유튜버 후원 팔이 아이템 다룰 생각 없다. 선거 말아먹을 거 아니면 제발 이런 거 좀 그만 하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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