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보다 비교우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공개 회의서 지도부 총사퇴, 비대위 출범 등 논의
‘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7일 민심 앞에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저희가 크게 부족했다”며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 청년과 서민, 중산층을 돕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도 입장문을 내고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민주당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3%포인트 이내의 박빙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두 자릿수의 큰 격차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을 사실상 확정짓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당장 당내에서는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문계의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부동산이든 공정과 정의든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이 비교우위라는 생각을 했는데 민심은 그게 전혀 아니었던 것”이라며 “거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능력치가 민심이 눈높이에 맞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우리는 국민의힘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박2일이든 2박3일이든 지혜를 짜내서 당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전부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하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민들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나 지도부 총사퇴 등 어떤 형태든 수습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반성할 것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패배 원인이 참 많은 것 같다”며 “180석을 총선에서 얻고 나서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우리가 오만해보였다”고 지적했다.
강경 일변도의 개혁 과정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사실 개혁성의 방향을 당이 너무 주도를 했는데 다양한 의견을 좀 더 수렴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개혁 노선 자체에 변화를 가져갈 필요는 없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예측 못했다는 과오가 있으니 전문가 그룹이나 보수 성향의 학자 등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당장의 비대위 체제나 지도부 총사퇴는 이번 패배를 수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당의 모습 바꾼다고 될 것 같지는 않다. 비대위 체제나 지도부 구성 변화로 국민들의 기대를 받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당정청 간에 보다 섬세한 정책을 만들어야 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이 위원장과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비등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를 비롯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 재보선 참패 대응책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김 대행은 재보선 패배시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를 고민했고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도부 총사퇴로 리더십에 공백이 생신 상태에서 비대위로 전환할 경우 당 쇄신이나 분위기 일신도 불가능하다는 반대론에 부딪혔다고 한다.
김 대행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부족한 것을 어떻게 개선하고 채울 것인지 (이야기했다)”며 “민생이 어려우니 이럴 때일수록 철저하게 민생 챙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개혁과제들도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행은 지도부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의원총회에서 논의한 뒤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결정된 건 없다. 오늘 여러 가지, 모든 이야기가 다 나왔지만 결정된 건 아직 없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결정한 건 아니다. 내일 또다시 모이고, 의총을 해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공유했다”며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새롭게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서는 논의를 충분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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