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7일 서울시장 선거 개표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민주당이 꼭 1년 만에 참패한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의 일방 처리 이후 전셋값, 매매가격 폭등으로 성난 민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사태, 급격한 서울지역 공시가격 인상,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임대료 인상 등 악재가 차곡차곡 쌓였다. 국민의힘은 “투표로 심판하자”며 이런 성난 민심을 파고들었고, 공정과 정의 등의 가치에 민감한 2030세대의 지지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 ‘내로남불’에 타오른 민심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축적된 부동산 민심이 결국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공시가격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25개 구별 잠정 투표율에서 1∼3위를 휩쓸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6억635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KB국민은행 기준)은 올 3월 9억7333만 원으로 4년 만에 3억 원 넘게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가격 상승까지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LH파문은 성난 여론에 불을 질렀다. 서울지역의 한 여당 의원은 “김 전 실장과 박 의원 사태는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며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싸늘한 반응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선거운동 막판에 접어들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민주당이 공시가격 인상 10% 제한과 대출 규제 완화, 민간 재건축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책을 던졌지만 거센 심판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연이어 “잘못했다”며 사과했지만 떠난 표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현장 방문 등 수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부동산 정책을 향한 분노를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 ‘추-윤 갈등’, 입법 폭주 등도 영향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승을 안겨준 민심이 1년 사이 완전히 달라진 건 그간 여권의 일방적인 독주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동안 임대차 3법은 물론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여당의 입법 폭주는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추-윤 갈등’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줄곧 외쳤던 ‘공정’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그동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2030세대도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20대에서 34.1%, 30대에서 38.7%를 얻어 각각 55.3%, 56.5%를 얻은 국민의힘 오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공정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핵심 가치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내로남불’이 민주당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여권 인사들이 연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소환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이번 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박 전 시장을 두둔했고,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민주당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은 박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뒤늦게 세 의원이 캠프에서 물러났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그사이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분노를 파고들었다. 사전 섭외 없이 오세훈 후보 유세 트럭에서 마이크를 잡게 하는 ‘2030 유세단’이 대표적인 예다. 오 후보는 5일 유세에서 청년들의 자유발언을 들으면서 “정말 꿈꾸는 것 같다. 너무너무 가슴이 벅차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후보의 유세장을 메운 2030세대의 모습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저런 장면은 과거 민주당 유세장의 모습”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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