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한 곳도 이기지 못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6년 총선부터 시작됐던 4연승도 끝이 났다. 당장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에 휩쓸린 여권의 대선 후보 레이스도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여권 대선 레이스 안갯속으로
당장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해온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이 위원장은 올해 들어 지지율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 이 위원장 측은 이번 선거 승리로 반등의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서울 부산 중 어느 한 곳도 지켜내지 못했다. 한 여당 의원은 7일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없다”며 “이 위원장이 어쩌면 대선 경쟁 참전 여부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여권의 시각은 일단 이 지사를 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여권에 이어진 돌발 악재 속에 홀로 20%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현역 도지사 신분으로 이번 선거와 거리를 뒀던 이 지사 역시 여권 전체가 혼돈 상태에 접어들면서 향후 전략 수립이 쉽지 않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그간 ‘원팀’을 강조해온 이 지사 역시 여권 심판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이 지사에 대한 지지는 이념이나 정치 지형이 아닌 그간 보여준 정책 성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높았던 건 메시지의 선명성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서 중도와 일부 보수층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 지사에게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이 빠르게 결집하면서 현재 이 지사의 지지율을 지탱하는 중도·보수층 일부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권 내 ‘제3후보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이 위원장이 별다른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문 진영과 이 지사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못했다는 점도 제3후보론의 배경이 된다. 곧 국무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도전을 선언하는 정세균 총리의 행보도 변수다. 또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파기 환송될 경우 여권 대선 구도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 결국 ‘샤이 진보’는 없었다
이날 개표 결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서울 대부분의 구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굳게 믿었던 ‘샤이 진보’(숨은 진보 지지층)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오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주당과 박 후보는 “샤이 진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진보 유권자들의 결집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날 출구조사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보다 더 벌어졌다.
민주당이 패배를 더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건 이번 선거를 위해 당헌당규까지 고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를 무공천한다’는 규정까지 없애고 공천을 결정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차라리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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