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계속된 깜깜한 터널에서 이제야 한 발자국 빠져나와 ‘2022년의 빛’을 보는 듯하다.”
7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난 5년을 “보수진영의 암흑기”로 표현하며 이같이 말했다. 보수 야권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21대 총선까지 연이어 4차례나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마냥 ‘암흑의 터널’ 속에서만 치러질 것만 같았던 야권의 대선 구도가 통째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힘 받은 정권심판론을 내년 대선까지”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둘 경우 정권 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이번 재·보선의 키워드로 ‘정권 심판’을 택해 부동산정책 실패 등에 분노한 민심을 자극한 것에도 내년 대선까지 정권 심판 프레임을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압승하면서 ‘만성 패배 증후군’에 빠져 있던 보수 지지층에 ‘우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 선거 다음 날인 8일부터 당을 사실상의 대선 체제로 전환시켜 정권 교체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더해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인해 2030세대와 중도층의 상당수가 정권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지지층에 더해진 이들의 표심을 내년 대선까지 붙잡아 놓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힘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라는 얘기다.
○ 막 오른 제1야당 vs 제3지대 주도권 싸움
야권이 하나의 당으로 통합해 대선을 치를지, 또다시 후보 단일화 절차를 거칠지 등 ‘야권 단일화 이슈’가 대선 정국의 정치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경쟁을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했고, 시너지 효과도 절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야권 통합의 ‘코어’ 역할을 하려면 강력한 차기 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점이 고민거리다.
특히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금과 같이 야권 주자 1위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국민의힘 입당 대신 독자 노선을 유지하면서 국민의힘의 세력을 빌리는 ‘단일화 경쟁 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보수 야당과 차별화하면서도 단계별 단일화 경선으로 선거 이슈 선점과 흥행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제1야당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며 ‘윤석열 입당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 전 총장이) 조직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될 것이며, 조직은 그렇게 쉽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야권 재편 1라운드는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당장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약속했던 합당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스스로 야권 통합을 강조하며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던 만큼 양측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내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체제를 먼저 구축한 뒤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순차적으로 추진하자는 ‘선(先)전당대회, 후(後)통합’ 모델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합당 후 국민의힘을 장악하기 위해 우선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선을 포기하고 당 대표에 도전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합당 전례를 비춰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며 안 대표를 견제하면서도 “야권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는 지도체제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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