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2016년 총선 이후 연전연패의 사슬을 끊고 승리하면서 이번 선거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대선 국면을 전후해 다시 야권의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은 8일 새벽 서울, 부산 보궐선거 승리가 확정된 뒤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국민의힘은 국민들 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으로서 최대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내년 실시되는 대선에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더라도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 역할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 것.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당의 쇄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뒤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당분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한 뒤 가족들과 제주도 등지로 휴가를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과 인연이 있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새로운 야권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면서,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들부터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발언권이 커진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윤 전 총장 중심의 야권 통합을 주도한다면 당내 주자들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도전이 무위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제휴해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김종인 당 대표 재추대론’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예고한 당권주자들의 반발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또 국민의힘 내 상당수 ‘자강론자’들의 내부 인사 출신 당 대표 옹립 주장이 강해 국민의힘 안에서 김 위원장의 운신 폭도 좁아지는 상황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떠난 뒤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 국민의힘 스스로 얼마나 제대로 된 당권·대권 주자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선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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