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쓰나미’처럼 휩쓸며 압승한 4·7 재·보궐선거 결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단순한 ‘여당 참패, 야당 승리’를 뛰어넘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차기 대선까지 11개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까지 13개월을 남긴 시점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어느 모로 보나 문재인 정부 4년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종합평가였다는 점에서 여권이 받는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의 늪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에서 정권 재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서울과 부산의 모든 자치구를 싹쓸이하면서 유례없는 표 차로 승리한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70%가 넘는 오 시장 몰표가 나온 것은 물론 최근 선거에서 여권을 지지했던 강북의 전 자치구에서도 오 시장이 이긴 ‘대반전’이 일어난 것에 국민의힘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LH 사태’ 등 부동산 이슈가 여당 참패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어진 각종 정책실험으로 초래된 누적된 국정실패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집값 폭등, 전월세가격 폭등, 세금 폭탄을 초래한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삶의 고통이 가중됐는데도 여권은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운영을 밀어붙여 민심이반을 불렀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여권의 총선 승리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코로나19 K방역이 이번에는 백신 확보 지연과 거리두기 지속에 대한 국민 피로감 확산으로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해결책인 백신 확보에는 소홀했으면서도 경제적 고통이 따르는 사회적 거리두기만 국민들에게 계속 요구한다는 불만이 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여권의 지지율 하락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상식과 법치를 무시하는 국정운영 행태가 누적된 것도 민심을 떠나게 한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리나 성범죄 등 명백히 잘못된 행위가 불거질 경우 당사자와 해당 진영은 머리를 숙이고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조국 사태’와 ‘윤미향 파문’,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등이 터질 때마다 여권은 책임지려는 자세보다는 진영갈등을 부추기고 사태를 봉합하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초래한 결정적 계기가 된 LH 사태 초기에도 여권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부 자체 조사와 검찰을 배제한 수사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파문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하다 오히려 사태 수습도 못하고 여론 악화만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LH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강조해온 ‘공정’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면서 정권의 ‘내로남불’과 위선적 행태에 실망한 중도층과 젊은층이 대거 이탈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재·보선 선거 이후 국민의 관심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가 변화할지, 향후 대선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워낙 큰 차이로 여당이 참패했기 때문에 기존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에 비춰 볼 때 대대적인 국정기조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8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책기조 변화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19 극복, 경제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을 반드시 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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