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에선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저조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관망하는 윤석열, 4월말 D-Day 잡나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던 윤 전 총장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등판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4월말을 전후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윤 전 총장이 전면적인 대선 출마 선언 또는 정치 참여 선언을 할 수도 있고, 강연을 통한 간접적인 정치 참여 방안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본인도 여러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주로 자택에 머무르며 부동산, 경제 정책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면서도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 등 정파적 이해관계와 거리가 먼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간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에 나서더라도 국민의힘으로 입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커지면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입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의 뒷받침 없이 단기필마로 대선을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이 일단 자신만의 정치행보를 하다가 7~8월부터 시작될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이 8일 사퇴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과 함께 세력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영향력이 커진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야권통합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을 만날지를 묻는 질문에 “자연인으로서 맘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안철수, 국민의힘 합당 이슈로 존재감 부각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적극 도우면서 야권 내 입지를 다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슈를 놓고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의 여러 과정이나 의미, 민심의 변화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는 상황부터 가질까 한다”며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야권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값을 올리거나 윤 전 총장과의 연대 등을 통해 ‘제3지대 확장’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 대표의 차기 대선행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범야권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고, 통합 야당의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 전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견제론도 제기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 발걸음 빨라진 유승민·원희룡…홍준표 입당 쟁점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들도 대선 행보의 속도를 내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본격적인 당내 경선 준비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제·복지 분야에 대해 자신이 직접 쓴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외곽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강연자로 참여해 ”경제 대통령이 중요하다“며 ”정치의 60~70% 이상은 경제 문제“라고 ‘경제대통령’ 이미지 부각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선 예비후보 등록시점인 7월을 전후해 지사직을 사퇴한 뒤 본격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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