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에선 차기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당내 대선 주자들의 저조한 지지율은 딜레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관망하는 윤석열, 4월 말 D-Day 잡나
재·보선 과정에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던 윤 전 총장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등판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4월 말을 전후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 속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4∼7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7%포인트 하락한 18%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4%)에게 뒤진 2위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전면적인 대선 출마 선언 또는 정치 참여 선언을 할 수도 있고, 강연을 통한 간접적인 정치 참여 방안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충암고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해 9월 윤 전 총장과 만나 나눈 대화를 담은 ‘윤석열의 진심’이라는 책을 14일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에 나서더라도 국민의힘으로 입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커지면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입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일단 자신만의 정치 행보를 하다가 7, 8월부터 시작될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이 8일 사퇴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과 함께 세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영향력이 커진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 안철수, 국민의힘 합당 두고 존재감 부각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적극 도우면서 야권 내 입지를 다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슈를 놓고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안 대표는 이날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정권 교체를 바라볼 수 있다”면서도 “혁신 없이 물리적으로 무늬만 통합해서는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했다. 안 대표가 합당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에는 통합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거나 윤 전 총장과의 연대 등을 통해 ‘제3지대에서의 확장’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의 차기 대선행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범야권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고, 통합 야당의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 전에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견제론도 제기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 발걸음 빨라진 유승민·원희룡… 홍준표 입당 쟁점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본격적인 당내 경선 준비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복당이 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 가급적 빨리 사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윤 전 총장을 향해서는 “너무 과했다”고 주장하며 보수층 일각의 ‘배신자 프레임’ 탈피에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선 예비후보 등록 시점인 7월을 전후해 지사직을 사퇴한 뒤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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