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8일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국민의 질책을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심판론’에 반영된 민심을 수용하겠다는 뜻이지만 정작 민심 이반의 원인이 된 부동산 실정(失政) 등 국정 전반의 정책 기조 변화 요구에는 선을 그어 야당에서 ‘마이웨이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참모진 회의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전,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세 문장짜리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고위 공직자들의 ‘내로남불’식 임대료 인상, 정책 일방 독주 등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강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대신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부패 청산”을 거듭 언급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문제를 해결하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인식이 깔린 것. 하지만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불러온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트는 전면 재검토 같은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 기간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취지를 짚어보겠다는 것”이라면서도 “투기 수요 억제와 (공공주택 위주의) 공급 대책 등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선거 결과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으로 가시화되지 않도록 인적 쇄신을 고심하고 있으나 내각 총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란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인 다음 주 중 단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심판받은 것이다. 오만한 폭주를 멈추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를 ‘무거운 책임감’ ‘엄중함’이라는 늘 되풀이해온 애매한 수사, 형식적 사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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