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차마 보수 찍지 못해…당락떠나 ‘젠더’에 투표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9일 11시 51분


4·7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후 청년유권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4·7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후 청년유권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는 3년 전과 완전히 다른 표심을 보였다. 과거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성별차가 뚜럿했다. 여성의 경우 좀더 복잡한 양상으로 분화됐다.

남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높은 지지를 보낸 반면, 여성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동시에 15% 정도는 기타 후보 정당에 투표했다. 양당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번 선거 최대변수로 꼽힌 20대 표심이 복잡한 모습을 보이면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같은 20대’로 묶을 수 없는 청년표…남녀 차이 뚜렷

방송 3사가 참여한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에서 오 후보는 55.3%를, 박 후보는 34.2%를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3년 전 열린 제7회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 60%,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8.8%,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19.7%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 후보와 안 후보를 합해도 야권 득표는 28.5%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민주당은 25.8%p가 하락했고, 범야권은 26.8%p 상승하며 여야를 향한 표심이 완전히 변했다. 자유한국당과 비교하면 국민의힘 득표율은 46.5%p가 올랐다.

주목할 점은 성별에 따른 지지도 차이다. 남성은 오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반면, 여성은 박 후보와 기타 정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는 72.5%가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후보 지지는 22.2%에 불과했다.

20대 이하 남성들의 오 후보 지지는 60대 이상 여성(73.3%)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60대 이상 남성(70.2%)보다도 높았다. 가장 많은 연령 차이가 나는 두 세대가 비슷한 투표 양상을 보인 것이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는 박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보낸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은 44.0%가 박 후보를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오 후보 지지는 40.9%를 기록했다. 전 세대에 걸쳐 박 후보가 오 후보에 앞선 것은 40대 남성(朴51.3%-吳45.8%)와 20대 여성 둘 뿐이다.

다만 20대 여성의 박 후보 지지는 40대 여성(47.8%)보다 적었고, 30대 여성(43.7%), 50대 여성(40.3%) 등과 비슷했다. 특별히 박 후보를 더 지지했다기 보다는, 오 후보를 상대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15.1%가 ‘기타’후보를 선택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기타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대 여성이 유일하다.

◇ 與에 돌아선 20대 표심…이유는 ‘공정’과 ‘정의’

이번 선거에서 20대 표심은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앞서 여당을 지지해왔지만, 보선을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표심 변화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제기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이들의 분노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아 ‘진보’ 성향 유권자로 분류되는 20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당시 거리로 나왔고 ‘촛불정부’를 외친 문 정부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정부에 실망했고, 코로나19로 심화된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 LH사태는 이같은 실망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선거기간 박 후보의 편의점, 통역AI 발언과 김상조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전세가격 인상 논란은 분노를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 젠더이슈에 대한 인식차 드러내

성별에 따른 표심 차이는 ‘젠더’에 대한 이들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경우 또래 남성에 비해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며 박영선 후보에 대한 투표율이 높게 나왔다. 그러나 박원순·오거돈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을 수 없다는 고민이 투표 비율에 드러나 있다.

‘피해호소인’을 등용하며 반성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 민주당과 보수정당 소속인 오세훈 후보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성인지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20대 여성”이라며 “이번 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여야 구도 외에도 다른 대안에 관심을 갖자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20대 이하 남성은 계속된 젠더이슈에 대한 불만을 투표에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커뮤니티 워마드 논란, 성 관련 사건에서 편파수사 논란이 이어지면서 여권에 등을 돌리게 됐고, 이같은 흐름이 표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60대 이상 유권자와 비슷한 표심을 보였다고 해서 20대 이하 남성을 ‘보수’로 규정하기는 시기상조란 분석도 나온다.

‘불공정’ 문제에 젠더이슈가 더해진 민심으로, 20대 이하 남성과 여성의 표심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들의 표심을 잡기위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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