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가 될 KF-21 ‘보라매’가 9일 첫 선을 보였으나,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26년 개발 완료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KF-21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의 사업 분담금 연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측은 우리 정부가 지난 2015년 시작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총 사업비 8조8000억원 가운데 20%(약 1조7338억원)를 부담하기로 했었다.
대신 KF-X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 측으로부터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넘겨받아 자국에서 동일한 사양의 전투기(IF-X) 48대를 생산해 전력화한다는 게 인도네시아 측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 2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측이 납부한 사업 분담금 총액은 약 2272억원으로 목표액(약 8316억원) 대비 6044억원 가량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 납부를 중단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작년 10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측은 자신들의 KF-X 사업 참여 유지를 조건으로 Δ분담금 비율 축소(20%→10%)나 Δ현지 공장 건설 Δ차관 공여 등의 지원책을 우리 측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 가운데 ‘분담금 비율을 줄여 달라’는 인도네시아 측의 요구는 사실상 연체금을 탕감해 달라는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 측으로부턴 ‘돈 대신 무기체계 등 현물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없다’던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등을 신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사실이 전해지면서 “차제에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프라보워 장관을 이날 KF-21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고 한다. 그가 현직 국방장관이기도 하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히는 만큼 “관계가 나빠져 봤자 서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덕분인지 프라보워 장관은 8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그리고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면담에서 “KF-X 등 한·인도네시아 방산협력을 지속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라보워 장관 방한을 계기로 열린 일련의 회담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KF-X 사업 분담금 연체 문제는 직접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분담금 문제는 실무자들이 논의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이번 프라보워 장관 방한을 계기로도 방위사업청 등 우리 측 인사들과 KF-X 분담금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분담금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지만, 큰 맥락에서 봤을 때 인도네시아도 우리와의 협력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프라보워 장관의 방한과 KF-X 시제기 출고식 참석에도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앞서 우리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한 해군 잠수함에 대해서도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프라보워 장관은 문 대통령 예방 당시 “전투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과의 협력사업들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움과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프라보워 장관 방한 기간 국방장관 회담 및 외교장관 면담 결과 자료에서 KF-X 사업을 ‘KF-X/IF-X 공동개발 사업’이라고 표기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참여를 거듭 부각시켰다.
또 출고식에서 선보인 KF-21 시제 1호기 기체 좌우에도 태극기와 함께 인도네시아 국기 문양을 그려 넣었다.
앞서 인도네시아 측으로부터 ‘시제기 조립 공장에 자국의 사업 참여 사실을 알 수 있는 국기나 표식이 설치돼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던 사실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시제기 조립 현장에서 철수했던 인도네시아 기술진 100여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측의 요구대로 분담금 비율을 낮춰줄 경우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우선 우리 정부가 인도네시아 측의 연체금을 대신 내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분담금을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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