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선거 전면에 나섰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선 패배 책임론을 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달 중 사퇴가 유력시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여의도 복귀’와 더불어 ‘1강’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심(黨心) 회복’ 여부가 추후 당내 대선 판세의 흐름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정중동으로 당심 챙기는 이재명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 지사는 선거 다음날인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현역 지자체장이란 신분 때문에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아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당의 일원’으로서 패배의 고통을 나눠지겠다고 강조한 것.
재보선을 계기로 여권 안에선 이 지사의 독주 체제가 더욱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24% 지지율을 유지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18%)을 앞섰다. 다만 독주 체제에 따른 당 내 견제를 극복하면서 지지율을 유지하는 과제가 있다. 이 지사 측은 9일 “강성 친문 지지층 사이에선 LH 투기 의혹 사태를 이 지사와 엮어 선거 참패 책임을 물으려는 음모론이 여전하다”며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소신 있게 말하고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지사는 당분간은 여의도와 거리를 두며 ‘도정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와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겠다는 것. 이 지사 측은 “이 지사 개인적으로 의원들과의 접점은 늘릴 것”이라고 했다.
● 호남으로 돌아가 ‘초심’ 찾는 이낙연
이 전 대표는 15일 자가격리가 끝나는 대로 민생 현장을 직접 찾을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부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7일부터 재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9일 “이 전 대표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성찰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직접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한다”며 “말하기보다는 듣는 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8일 오전 페이스북에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가 찾을 첫 민생 현장은 자신의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에서 다시 ‘초심’을 새기겠다는 목표다. 다만 당 내에서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극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 대선 레이스 위해 여의도 복귀하는 정세균
정 총리는 이달 중 민주당으로 복귀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의 측근은 “정 총리가 여전히 민주당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고,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정 총리가 여의도로 복귀하면 그 동안 이른바 ‘SK(정세균)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가 이낙연-이재명 간 경쟁으로 오랫동안 굳어진 여권 내 양강 구도를 깨고 ‘친문’(친문재인) 계파를 얼마나 흡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정 총리는 제3의 후보라기보다 예상이 되고 있던 상황”이라며 “대선 후보가 몇 개월 사이에 툭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내에서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