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계파갈등 조짐…초선 ‘특정 지역당 극복’ 성명에 영남권 중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9일 2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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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감사하며, 구태정치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감사하며, 구태정치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이 4·7 재·보선 압승 하루 만에 차기 당권을 둘러싼 지역·계파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초선그룹의 ‘특정지역 정당 극복’ 주장에 영남권 중진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꿈틀대는 양상이다. 야권에선 9일 “선거를 이기고 당이 좀 된다 싶으니 또다시 내부 갈등 조짐을 보이는데, 자칫 어렵게 얻은 ‘2030 세대’의 지지도 날리고, 대선 앞둔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초선 “특정지역 정당” 성명…주호영 “용어 조심하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56명이 선거 다음날인 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는 시기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특정 지역정당이란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문구가 논란을 촉발시켰다. 성명에 담긴 ‘특정 지역정당’, ‘계파정치’ 같은 표현이 영남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5말~6월초에 이어질 원내대표 선거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기 때문에 “영남권 의원이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잇따랐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PK(부산경남)당, TK(대구경북)당 하는 것은 지금은 실체가 없다”며 “TK나 PK가 기득권을 가지고 당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한계 짓는 그런 용어들은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선 “영남정당의 한계가 뭔지 모르겠다. (초선그룹의 성명을)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이 되자’, 이렇게 이해하겠다”고도 했다. 또다른 영남권 의원은 “선거를 이긴 직후엔 서로 축하하고 단합해 향후 당 운영을 논의해야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데 성명을 발표해 ‘특정지역 정당’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차기 당권, 대권 엮인 계파갈등 조짐
이런 움직임이 차기 원내대표 및 당 대표 선거나 대선 경선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초선의 김웅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영남권 의원 사이엔 “초선그룹 성명의 배후에 ‘유승민계’가 있다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을 준비하는 유승민 전 의원 측이 원내대표 선거엔 유의동 의원을 밀고, 당 대표엔 김 의원을 미는 게 아니냐”는 것.

현재 초선 그룹에선 김 의원과 윤희숙 강민국 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당 대표 출마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중진그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홍문표 윤영석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출마예상자로 회자돼 일단 초선 대 중진 대결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 전 의원이 최근 집단지도체제로 당 지도부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 많다. 유 전 의원은 8일 김무성 전 의원 주도의 마포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지 않고 한 꺼번에 뽑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면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며 “1등을 한 사람 아니면 지도부에 못 들어가는 지금 체제보다는 5등 안에 들어간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 관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끌어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초선 그룹도 동등한 자격으로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어 유승민계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 갈등이 크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논란이 커지게 되면 “‘도로 새누리당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총선을 참패로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들이 사실상 밀려났다. 또 외부에서 들어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운영한 데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기도 해 사실상 계파활동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당 지지율 상승과 재·보선 압승 등으로 정권 탈환의 계기가 마련되자 지역, 계파 갈등이 다시 꿈틀대고 있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당내 갈등 차단과 윤 전 총장의 입당, 대선 승리를 위해 1년 임기를 조건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이 전대에 나서야 한다”는 ’김종인 출마론‘도 나온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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