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 이유 주장했던 환경오염 사법처리 않은 채 석방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해제 위한 미-이란 간 핵협상 재개에 억류 해제
정부, 핵협상서 동결자금 해제 협상토록 한미 협의
1월 초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던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이 억류 95일 만인 9일 석방됐다. 이란이 2월 초 선원들을 석방한 데 이어 이번에 선박과 선장까지 석방한 데는 최근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이 ‘핵심 카드’로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 당국에 억류돼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 인근 라자이 항에 정박 중이던 한국케미호와 선장에 대한 억류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선박은 이날 오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으로 출발했다. 푸자이라 항에서 선박 점검을 마친 뒤 원래 하역지인 인도로 향할 예정이다. 선박에는 선장을 포함해 선박 운영을 위해 머물던 한국인 선원 4명 등 13명이 타고 있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란 정부는 나포 이유로 주장한 우리 선박의 해양오염 증거를 끝내 내놓지 않은 채 사법 절차도 밟지 않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란이 동결대금 해제를 압박하기 위해 선박을 억류했다고 보고 있다. 또 동결대금 해제 문제가 JCPOA 복원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제시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동결대금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과 핵합의 복귀 협상을 진행하는 데 지렛대(레버리지)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JCPOA 복원 협상에서 이란의 수출대금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미-이란의 JCPOA 복귀가 동결대금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EU 등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이 6일(현지 시간) JCPOA 복원을 위한 1차 회담에서 농도 20%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대가로 이란에 제시한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의 동결자산 해제는 그동안 이란이 “한국이 10억 원의 동결대금 해제를 약속했다”고 한 것과 같은 금액이다. 이란이 선박 억류를 해제한 이날 미국과 이란, 유럽연합(EU) 등 JCPOA 당사국들은 2차 회의를 열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석방된 한국케미호 이부재 선장과 통화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억류 생활을 참고 기다려준 선장과 선원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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