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거전 초반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기도 한 박 후보는 18.32%p라는 큰 차이로 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문제가 터져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여권 인사들이 연거푸 악재를 제공하며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순은 몹쓸 사람이었나”
박 후보는 4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모두 받겠다.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 외에도 여러 인사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현직 정부 인사와 박주민 의원, 이해찬 전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등 다양한 영역에 속한 인물들이 그 대상이다.
임 전 실장은 3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나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는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에서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임 전 실장이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글을 또다시 올리자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월 25일 시선집중에서 “이 국면에서는 후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며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가 상한제 시행 직전 전세 가격을 14.1% 올린 사실이 밝혀져 3월 29일 경질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틀 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해 7월 3일 임대료를 9.1%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를 부채질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9일 법안 제안 이유를 “임대료를 조정할 때 그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논란이 거세진 와중에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어준과 오세훈 대결로 보여”
정치권에서는 정부 여당이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4월 7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당 의원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터지면서 타격이 상당했다. 민심이 화나 있을 때는 솔직하게 잘못을 사죄해야 한다. 국민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해찬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선거 감각이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3월 19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발언을 해왔다.
여권은 사과 대신 네거티브전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김어준 씨를 중심으로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여당 지지자의 결집을 호소한 것. 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일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다뤘다. 특히 해당 의혹이 생태탕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민주당은 오 시장이 내곡동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는지를 가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박영선 대 오세훈‘이라는 인물 대결로 상황을 끌고 가며 박 후보의 강점을 부각해야 했다. 네거티브전으로 대응한 탓에 시민들 눈에 이번 선거가 김어준과 오세훈의 대결로 보였다”며 “지난 4년간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금 심판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에 시민들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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