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선거 백서도 발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세웠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선거 패배 원인조차 서로 다르게 분석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초선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청년 의원들은 당의 ‘오만’과 ‘독선’을 선거 참패 원인으로 분석한다. 특히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꼽으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2030 청년 의원들인 오영환·이소영·전용기·장경태·장철민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검찰개혁)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었고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했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했다”고 말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고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된다고 판단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했다”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81명에 달하는 민주당 초선의원들도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초선의원들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친문 인사인 일부 의원들은 선거 참패의 원인은 ‘조국 사태’나 ‘검찰개혁’이 아니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며 “세금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아니었을까”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입법 처리와 함께 재산세 등 부동산 문제 손질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라는 식의 십자가 밟기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며 “우리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를 잃는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면서 지지율 하락이 촉발된 것”이라며 “검찰, 언론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도 사분오열 중이다. 한 당원은 “180석을 만들어 준 이유는 다른 어느 것도 아닌 개혁”이라며 “도대체 180석이 돼서 개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왜 못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당원들은 선거 과정에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으며 언론 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다른 당원은 “민주당이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게 맞냐”며 “시장 (후보를) 안 낸다고 했을 때 약속을 지키셨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선거 참패에 대한 서로 다른 분석으로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 비대위가 발간하겠다고 밝힌 선거 백서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 주목된다.
앞서 도종환 비대위원장은 9일 비대위 첫 공개회의에서 “말뿐인 반성과 성찰은 공허하다. 패배 원인을 신속하고 면밀하게 분석해 선거백서에 빠짐없이 기록하겠다. 국민 목소리도 가감없이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12일 회의에서 선거 백서 발간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의결하고 ‘민심 경청투어’의 세부 일정도 논의해 확정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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