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최근 중국 견제법안인 ‘전략적 경쟁법 2021’ 초안을 공개했다. 동맹외교 강화 부분에 다른 나라와 함께 한국이 언급됐을 뿐 ‘한국’이란 단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장 미중 사이 한국의 줄타기 외교로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서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지난 8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홈페이지에 짐 리시 공화당 상원 의원과 함께 이 법안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미국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제 권력을 동원해 모든 방면에 걸쳐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보증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예산지출, 군사력 집중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부터 4년간 해당 지역의 외교·군사 지원에 6억5500만 달러(약 7300억원), 해상안보 지원에 4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 문제,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 등에 대한 언급과 지원 방안까지 정리돼 있다.
한국과 관련해선 일본, 호주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비중이 적었고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는 언급이 눈에 띄었다. 최근의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한국은 기술동맹과 정보공유 대상까지 제외됐고 미국은 해당 법안에서 우리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미국·일본·호주·인도 반중국 협의체 쿼드(Quad) 부분을 유독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 미중 패권갈등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 한국의 역할 축소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 공조를 긴밀히하며 인도·태평양 지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는 인권 등 가치문제 뿐 아니라 반도체 등 기술안보에 대해서도 미중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미중패권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다. 정부는 미·중 패권경쟁 구도로 인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한 편을 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한미일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회의가 동시에 개최되면서 한국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 본격적인 ‘줄타기 외교’에 나섰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은 일정이라지만 공교롭게도 이 같은 상황은 양쪽에서 저울질 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게 되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과 줄타기 외교가 미국에 자칫 미국의 대중 전략에서 이탈할 것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의 한국의 줄타기 외교에 “미국은 한국의 이탈에 대해 우려를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법안에서) 동시에 한국에 역할을 좀 해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다보니 미측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보인 것”이라면서도 “한국을 버리진 않겠지만, 현재 현 정부의 입장이 계속 이렇다면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미국은 현 정부와의 협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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