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정권 심판’이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등에 성난 민심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참패를 안긴 것이다.
정권 심판은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득표율에서 명확히 나타났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18.3%포인트 차이로 큰 승리를 거뒀다. 서울 자치구 25곳 모두에서도 오 후보는 박 후보에게 승리했다.
2030세대도 민주당을 이탈했다.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판단한 젊은층이 총선 1년 만에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아울러 스윙보터로 불리는 중도층도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당한 뒤 첫 승리를 거두면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탈환의 꿈을 품게 됐다.
하지만 차기 전당대회와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 통합 과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민심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자중지란, 재보선 승리 효과 '순삭'
정권 심판론을 계기로 당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야권 재편 과정에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피로도만 커지게 할 경우 재보선 승리 효과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선거는 우리의 승리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패배”라고 분석했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가 지지층 확장 여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대선 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기득권 정당’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할 경우 재·보선에서 확인된 수도권·청년·중도 지지층을 견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벌써부터 당 내부에선 해묵은 지역·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독자 세력화에 나선 가운데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당내 권력 다툼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정치권 인사는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번 재·보선에서 표출된 수도권 민심과 2030세대 표심을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개혁 이미지 등을 통해 당을 쇄신하면서 야권 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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