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압승 1주만에 충돌 격화
金 “국민의힘, 대선 해볼도리 없어”… 김병준 “윤석열, 김종인 손 안잡아”
대선 플랫폼 주도권 싸움 위험수위… “尹이 결단해야 갈등 끝날듯” 관측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지 일주일 만에 승리를 이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벌이고 있는 독설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직전 당 비대위원장과 소속 의원들 간 이례적인 비난전의 배경엔 내년 대선을 치르기 위한 ‘야권 플랫폼’의 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김병준 “윤석열이 전과자와 손잡겠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공정의 가치를 높이 드는 윤 전 총장이 30년 전, 그때 돈으로 2억1000만 원, 그 어마어마한 돈의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2억1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또 “시민들이 그(김종인 전 위원장)를 보고 찍은 것은 더욱 아니다. 누가 뭐래도 정권 심판, 그것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했다.
선거 후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대선을 겨냥한 발언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과 관련해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라며 부정적으로 말했고,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제3지대 신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야권 신당론’을 띄우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발언이 일반적인 쓴소리를 넘어 대선판을 주도하려는 의도로 읽히면서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14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욕(老慾)에 찬 기술자” “알량한 정치기술자” “희대의 거간(居間) 정치인” 등 가시 돋친 표현으로 거세게 비난했다.
15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에 참석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홍문표 의원은 “나가서 하는 행태는 제왕적 행태다. 고언이란 이름 아래 ‘훈수정치’를 그만 하고,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조경태 의원은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전당대회 일정을 잡지 않고 무책임하게 떠났다”고 공격했다.
앞서 권영세 의원이 14일 중진연석회의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국민의힘 대 김종인’ 전선이 더 확장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당원인 김종인 전 위원장이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16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해당행위로 징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당내에서 나왔다.
○ “김종인 vs 국민의힘 싸움 본질은 대선과 윤석열”
물론 국민의힘 내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발언은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당권 다툼에 빠진 국민의힘을 자극하고 야권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라는 긍정적 해석도 일부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매개로 야권 대선판을 키우면서 국민의힘의 경쟁력도 함께 강화시키고, 결국 훗날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본인이 없는 국민의힘이라면 당의 존속이나 발전은 안중에 없으며, 내년 대선의 중심에 서서 주도권만 잡으면 된다는 행태”라는 해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우리 당에 올 때 ‘제1야당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스스로 강조하고 약속한 명분을 스스로 뒤집고 있다”고 했다.
결국 어느 쪽의 해석이나 격화되는 양측 다툼의 본질이 대선에 있다는 진단은 동일하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인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싸움이 종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