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족 사태로 정부가 계획한 11월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새롭게 확보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우리 정부의 백신외교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집단면역을 위해선 전체 인구의 70% 가량이 예방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한국의 접종률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부작용 사태와 백신 부족으로 3%를 밑돌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 조기 도입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했던 반면 우리 정부는 당시 뒤늦게 대응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선진국’임을 자랑하면서 K방역 홍보와 진단키트 수출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초기 대응에 미흡했지만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백신 개발과 확보에 나서 백신접종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스라엘에선 전 국민이 마스크를 벗었고 영국에선 야외활동이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미 한국에 도입됐거나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11.4%인 총 904만 4000명분뿐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에서 변이 대응 뿐 아니라 면역력 자체를 높이기 위한 부스터 샷까지 추진되면서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각 부처의 역량을 모아 백신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관계부처 국장급 공무원 간 논의를 하는 ‘실무지원단’과 이를 점검하기 위해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총리 주제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도 열고 있다.
어느 때보다 외교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 전망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어 외교부가 정부 간 네트워크뿐 아니라 민간기업, 과학계를 총동원해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산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많은 상황이고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얀센(미국) 백신은 혈전 부작용 사례가 나와 미국산 백신인 모더나, 화이자 백신 공급에 대한 확보가 필수인 상황이다.
일본처럼 이번 5월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도 미국과 백신 수량 확보 담판을 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스테판 반셀 모더나 대표와 통화를 하고 2000만명분을 공급받는다고 합의했는데 이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일관계와 비교해 한미관계가 순탄치 않는다는 점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애매한 기조를 유지해온 반면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줄곧 반중전선에 서서 미국과 밀착외교를 강화해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스가 일본 총리가 왜 (백신관련) 성공을 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신뢰 없이 미국이 선뜻 (백신을) 내줄리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가 의리가 있으면 일정부분 도와준다”면서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바이든이 추구하는 다자간 연대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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