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대표가 여전히 당내 선거를 쥐락펴락 하는 것 같다. 꼭 흥선대원군과 같은 ‘해찬대원군’ 노릇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0일 전당대회 레이스가 진행 중인 민주당 상황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황. 그러나 당내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당 대표 후보 3명 중 홍영표 우원식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전 대표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었고,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우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당권주자들 역시 이 전 대표의 지지를 과시하고 있다. 우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전 대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재선 의원은 “윤호중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윤 원내대표의 선거를 도운 핵심 의원들 상당수가 이 전 대표 측근들”이라며 “이 전 대표가 이들과 접촉하며 선거 판세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해찬 당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에 대해 한 친문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자서전 집필 등을 위해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몇몇 의원들과 만난 것이 과대평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연결을 이어가고 있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당 안팎에서는 ‘친문 상왕’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당의 한 전직 최고위원은 “친문 열성 지지층 뿐만 아니라 오랜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며 “주요 당내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위세가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초반 이 전 대표가 공개 메시지를 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대선 후보 경선은 모르겠지만 본선에서 이 전 대표가 나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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