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국면에서 제1야당을 이끌 선장을 뽑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전이 23일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영남 출신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이날 오전 처음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다른 당권주자들의 공식 도전도 이어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 중진 對 초선 대결 구도 짜여지나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던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당권 주자들도 “내가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에서 “내년 정권 교체의 필수 조건인 범야권 대통합,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내 자신을 불사르고 재도 남지 않도록 완전 연소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당 안팎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은 7, 8명에 이른다. 당내에서는 5선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의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로 꼽힌다. 여기에 권영세 의원(4선·서울 용산), 홍문표 의원(4선·충남 홍성-예산), 윤영석 의원(3선·경남 양산갑) 등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온다. 4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중진 그룹들의 치열한 당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당내 최다선인 5선 의원 그룹 중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과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중진 의원들에 맞설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 초선은 56명에 달한다.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이 초선 중에선 유일하게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히고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 룰을 고려할 때 당원 지지세가 약한 초선들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당 쇄신을 이유로 당원 투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초선들의 추가 도전이 이어지면 ‘중진 대 초선’ 대결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 원내대표 선거와 맞물린 ‘영남 對 비영남’ 구도
지역 안배론도 차기 당 대표 선거를 관통하는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직후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자”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원내대표 선거전 역시 ‘영남 대 비(非)영남’ 구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정권 교체에 성공하려면 대구·경북 또는 부산·경남 출신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독식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지역 대결 구도를 의식한 듯 조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에서 “나는 수도권 이미지를 가진 영남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원내대표가 어느 지역 출신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권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장외 훈수’도 당 대표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 권한대행을 겨냥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작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차라리 초선을 당 대표로 뽑는 게 대선을 위해선 효과적”이라는 말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외곽에서 당권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며 직·간접적으로 당 대표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권 경쟁에서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기 때문에 중진과 초선, 영남과 비영남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누가 정권 교체를 위해 효과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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