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가까운 시일 내에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차기 대권에서의 역할론을 스스로 강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101석 대 3석이라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지렛대로서 자신의 대선 역할론을 띄우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당은 오는 25일 서울시당 당원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대구·충북·대전·광주·인천·경기 등 전국 순회 간담회 일정을 마무리한다.
안 대표는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과 합당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연다. 이날을 기점으로 주 권한대행은 보통의 의원 신분으로 돌아간다. 주 권한대행이 합당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인 셈이다.
그렇다고 차기 지도부가 그만큼 강력한 합당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높지 않다. 주 권한대행은 합당을 업적 삼아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내에는 ‘합당이 필요하지만 급할 것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만큼 차기 지도부가 합당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할 필요성은 낮아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안철수 대표도 주 권한대행과 마주앉아 일찌감치 패를 보일 필요는 없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의 말대로 어떻게 하면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퐁당 빠져버리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고심하는 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3석 정당의 대표가 ‘101석 제1야당’과의 합당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안 대표가 자신이 가진 유일한 협상 지렛대로서 ‘대선 역할론’을 띄우기 위한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후 언론 인터뷰를 꺼려온 안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어떤 역할도 맡겠다”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 유일하고도 큰 약점이고,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아직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 대표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국민의힘 주자들에 비해 눈에 띄는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주자 4명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은 ‘야권의 대권 주자는 많을수록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는 ‘흡수 통합’ 전망이 안 대표의 지지율에 따라 급격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도, 국민의힘도 (합당에)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 안 대표에겐 다행스러운 지점일 것이다. 여론전을 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라며 “대권 출마 경험이 있다는 점 자체가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으로서도 당내 주자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면, 윤 전 총장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일단 바로 눈 앞에 있는 안 대표부터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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