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던 국민의힘이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오히려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재보선 승리 이후 내년 대선까지 바라보는 쇄신 노력은커녕 탄핵 불복 움직임과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 국민의당과 합당 공방 등에 갇히면서 대안 세력으로서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5%p 하락한 36.6%를 기록했다.
4·7 재보선 이후 첫 정당지지율 조사였던 지난 12일 역대 최고치인 39.4%를 기록했지만 지난 19일 37.1%로 밀린 데 이어 2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한 달 전 지난달 22일(35.5%)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격차로 우위를 보였던 수준까지 하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전주보다 4.9%p 하락한 29.1%을 기록하면서 3주 만에 민주당(30.9%)에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내준 조사까지 나왔다.
지난 19~23일 진행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일별 지지율 추이로만 보면 옛 친박계(親박근혜계)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탄핵 불복’ 발언이 터져나왔던 지난 20일 이후 지지율이 하락 반전했다.
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지난 20일(38.7%) 이후 21일에는 36.9%로 꺾였고 22일 35.8%, 23일 35.5%까지 떨어졌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탄핵 부당성’ 발언을 둘러싼 당내 논란 및 국민의당과의 합당 공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덩달아 ‘사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고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당내 중진 의원,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도 ‘사면’에는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면 갈등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당성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보수 진영 전반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당내에서는 탄핵의 정당성을 두고 당이 두 동강 났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 선거 전 공언했던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진척되지 않으면서 혁신, 통합 모두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주 권한대행이 전날(25일) “그쪽(국민의당) 결론이 나면, 그 결론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할지 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합당 논의가 원내대표 선거 이후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전날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주 권한대행과 (합당 문제로) 만날 계획은 없다”며 “내부에서 시도당 당원 간담회 결과를 공유하는 게 우선”이라며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4·7 보선을 통해 어렵게 얻은 2030 지지세가 얼마 못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권 심판론’ 덕분에 반사 이익으로 어렵게 얻은 게 청년 표심인데 선거가 끝나자 돌변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백서에서 당이 탄핵 문제에 대해 ‘일단 덮어놓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대응한 게 패배 원인이었다고 짚었는데 이 논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여권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 교묘히 이용할 것”이라며 “탄핵보다 민생, 청년 실업 대책 등에 대해 대안을 내놓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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