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북군사합의 이행 지원용 TF, 지난해 말 슬며시 해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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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 판문점선언 3주년
남북 군 통신선 차단도 10개월째…확성기로 통보
文 대통령-트럼프 충돌, 3년 간 한미 대북공조 ‘민낯’ 드러내
올해 정부 차원 판문점선언 기념 행사 없어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27 판문점선언이 27일 3주년을 맞는 가운데 군 당국이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남북군사협상지원 태스크포스(TF)가 별다른 성과 없이 2년 만인 지난해 말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10개월 전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한 남북 군 통신선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아 최근엔 감시초소(GP) 확성기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북미관계 경색은 길어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북-미 대화 재개의 발판으로 삼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충돌이 오히려 2018년부터 3년간 한미 정상 간 대북 공조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남북 통신선 끊겨 GP 확성기로 통보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판문점 선언 다음 해인 2019년 1월 1일 대북정책관실 내에 남북군사협상지원TF를 만들고 TF장을 대북정책관이 겸직하도록 했다. 군사합의 등 대북군사업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회담의제를 발굴하거나 협상논리 등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TF는 특별한 성과 없이 지난해 12월 31일부로 해체됐다. 한 의원은 “정부는 그동안 4·27 판문점선언, 9·19군사합의 등을 외교안보분야 최대 성과로 치켜세웠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TF가 운영돼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국방부는 올해 1월 1일부로 정책기획관실에 준장을 TF장으로 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TF를 만들었다.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서욱 장관의 역점 과제인 탓에 TF가 꾸려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면서 남북 군 당국 간 불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만한 별다른 해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5일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 개시하기 며칠 전부터 GP확성기와 유엔군사령부의 통신선으로 북측에 이를 통보했지만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안팎에선 유엔사령부의 직통전화인 일명 ‘핑크색 전화기’는 남북 간 직접소통이 아닌데다, 규모가 작고 낡은 GP 확성기까지 남북 소통에 동원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P 확성기는 대북심리전에 동원되는 대형 대북확성기와 다르고 통상 소리가 북측 GP까지만 도달된다. 지난해 6월 전까진 북측 인원이 군사분계선(MDL)에 접근할 경우 경고방송을 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 트럼프 독설로 한미 대북정책 3년 공조 타격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독설을 날렸다.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문 대통령은 타격을 입은 셈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날선 반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는 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이후 나왔다. 2018년부터 2번의 북-미 정상회담, 1번의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내리라 확신한다”며 노벨평화상 수상후보로 치켜세웠던 걸 감안하면 당황스러운 태세 전환이다.

북한의 속성을 잘 몰랐던 것은 물론 한미동맹에 대한 존중도 없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노력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허상 같은 것이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의 NYT 인터뷰는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2018년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싱가포르 선언 계승과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제기했던 요구에서 협상 재개,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협상 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외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훈수다. 바이든 행정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라고 계속 말하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분위기가 좋을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대북정책 검토에 우리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전향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자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려 하긴 하겠지만 정상회담을 계기로 큰 진전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4·27 판문점 회담 3주년 공식 행사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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