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당내 별도의 대응기구를 만들겠다던 당초 계획에서 한 발 물러섰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의 향방을 좌우할 뜨거운 감자가 된 가상화폐 정책을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것. 특위 등을 열어 설익은 정책이나 발언을 쏟아낼 경우 가장화폐 시장을 더 교란시키고 결과적으로 2030세대의 분노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27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와 관련해 “당내 특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책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뚝딱 관련 입법을 할 수는 없다”며 “성급히 개입했다가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030세대의 표심에 민감한 민주당에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적 투기가 아닌 합법적 투자 행위로 인정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홍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서 가상자산이 활용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라는 구호만 앞세우고 정작 대책 마련은 정부에 미루는 모양새다. 홍 의장은 “소관부처가 정리되면 국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함께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30일 직후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TF 구성원으로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등 내부 검토 중”이라며 “기재위·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원들과 당외에서 전문가들을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DB. 일각에선 가상화폐 관련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가상화폐 정책은 국회가 뒷짐을 진 채 정부에 미룰 것이 아니라 여야 공동 특위나 국회의장 산하 독립기구를 마련해 다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일단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주주가 범죄 경력이 있으면 사업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가상화폐 투자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직무대행은 또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의견에 대해 “최근 정부가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거래소가 (실명 확인 계좌를) 금융위에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라며 “자본시장육성법상 대상 자산은 아니지만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측면에서 반 정도 제도화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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