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화이자사로부터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 추가 계약을 성사시킨 데 이어, 주목받는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노바백스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하면서 청와대 참모진들이 오랜 만에 어깨를 폈다.
특히 전날(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을 맞이해 백신 공급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논의한 것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부실한 방미 백신 외교와 비교되는 데 고무된 분위기다.
스가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7일(현지시간)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와 직접 만나지는 못한 채 전화 통화를 했다.
여기에 ‘전국민 백신 접종 물량 확보’라는 일본 정부의 발표와 달리, 계약이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백신 외교 성과를 부풀렸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초 일본 정부의 백신 업무를 관장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이 화이자와 협상에 나섰지만, 화이자측에서 “총리와 직접 협상하겠다”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가 화이자사로부터 백신을 확보했다는 점만으로도 국내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5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일정 이외에도 대통령이 직접 화이자, 모더나를 방문하는 일정을 만들고 CEO를 만나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식의 요구가 나왔다.
일본 정상의 백신 외교와 비교당하던 청와대는 며칠 만에 반전을 맞았다.
총리가 직접 나섰으나 화이자와 구두계약 수준에 그쳤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난 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화이자의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계약까지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노바백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전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노바백스는 영국에서 진행된 임상3상 결과 96.4%의 예방효과를 보였고,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들의 감염을 방지하고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는 백신이다.
어크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은 것은 우리나라의 ‘백신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위탁 생산 방식과는 달리 기술 이전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기업(SK바이오사이언스)이 생산해 우리 정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어크 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기술 이전 방식의 국내 생산 계약의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어크 CEO에게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담심사팀을 신설해 노바백스 백신 도입에 신속한 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수급·접종·안전을 정부가 계획대로 이행하고, 대통령이 적시에 힘을 실어주며 외교적으로 뒷받침을 하는 일련의 행보는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에 초조한 일본의 대응과 비교가 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백신과 관련해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대통령께서는) 외교적 노력을 비롯해 내년 이후까지 고려한 백신 추가 확보, 제약사 CEO 면담 등 일일이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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