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도 거주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팅방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현재 인도 현지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통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암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교민들도 예외는 아니게 됐다.
최근 인도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교민 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인도에선 36만960명의 신규 확진자가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교민들의 수는 약 1만 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우리 교민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14명으로 아직 37명은 치료 중에 있다. 다만 정확한 추계가 어려워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교민 1명의 사망에 이어 한국 대사관에서도 10명이 넘는 집단 감염이 발생해 교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개인사업가로 8년째 인도의 수도 뉴델리 에서 거주하고 있는 교민 A씨는 뉴스1에 도처에 확진자들이 넘쳐난다고 전명했다. 그는 “내가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는데 1층 사람들이 모두 확진됐다”면서 “이들 대부분이 자가격리 중이지만 밖을 잘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같이 동거하고 있는 가족 모두에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인도에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돼 감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 사람이 확진되면 가정 내 가족, 가사도우미, 정원사 등까지 퍼져 동시에 수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민 A씨는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채를 사러가거나 약이 필요할 때 등 생필품을 살 때에만 한다”며 “이를 제외하곤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델리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9일부터 시행해 온 방역 봉쇄령을 1주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봉쇄령은 다음 달 3일 오전까지 이어진다.
외출을 활발히 하는 이들은 많이 없지만 주로 생필품을 배달하는 이들에겐 통행증(E-Pass)가 주어져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이들을 제외하곤 생활에 필수적인 이동만 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직장이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10%만 근무를 하고 나머지는 재택을 하고 있다. 대중교통은 공무원, 은행원 등 필수인력들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에 도로가 한산한 상황.
교민 A씨는 최근 자신이 외출한 사진을 뉴스1에 공개했다. 그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공개하며 “이전까지 인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도 “그렇지만 최근 코로나19 급증으로 인도 사람들마저 줄을 설 때 정확히 잘 서고 심지어는 마스크를 두겹씩 끼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느슨한 방역지침 준수로 인해 인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해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전 세계에서 최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면서 인도 현지인들도 이를 의식하며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주민들의 방역지침 준수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확진자가 속출하고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도의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 병실(ICU) 확보는 물론 의료용 산소발생기를 구하지 못해 사망자수가 폭증하고 있다.
인도의 의료 시스템 붕괴는 한국 교민들에게도 남일이 아니다. 실제로 한 50대 교민은 코로나19에 걸린 뒤 호흡곤란을 지속해서 호소했지만 산소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사망했다. 대사관과 한인회의 요청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강호봉 주인도한인회 회장은 “코로나19에 확진된다고 해도 인도에서 입원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며 “입원을 한다고 해도 산소호흡기가 부족한 병원도 많다. 한인회차원에서 산소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 된 교민들은 산소통을 구하기 위해 웃돈을 얹고 이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민들 사이의 소규모 SNS 그룹채팅방에선 산소통을 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지 교민에 따르면 그룹채팅방에 한 익명의 교민은 “직원 중 코로나19로 인해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친구가 있다”며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들이 있으신가”라며 다급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인도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인도발 항공편의 입국을 제한했지만 교민들이 이용하는 부정기 항공편은 차질 없이 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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