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날(2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의 최근 윤 전 총장 관련 발언은 친문 진영에 구애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차별화 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제가 아는 게 없어서 평가할 수가 없다”면서도 “과거 행위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는 것은 그분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국가의 입법·사법·행정 등 온갖 영역의 일 중에서 형사사법, 그중에서도 과거의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 때문에 국민들께서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행위에 대한 처벌’은 윤 전 총장이 이번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법 처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과 별개로 현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적대감이 높기 때문에, 여권의 대권주자로서 이 지사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권,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간 끝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실상 경질됐다. 특히 사퇴의 변으로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며 여권을 직격하고, 이후에도 4·7 재보궐 선거에 관해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투표하면 바뀐다“며 정권심판론을 띄우기도 했다.
실제 이 지사의 발언 이후 포털 댓글이나 SNS 등에서는 ‘친문’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가 맞나’, ‘원칙에 따라 일을 잘한 검찰총장이라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라며 분노하고 있다.
반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해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친문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윤 전 총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재임 시절부터 윤 전 총장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해임을 건의하기도 했다.
총리직 사임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에서도 ”자기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서 정치로 직행한다? 그걸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국민들께서 계속 박수를 치실까“라고 비판했고, ”좋은 검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인 윤석열’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를 했다.
이 전 대표도 지난달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하자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다, 사퇴 직전 움직임과 사퇴의 변은 정치 선언으로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는 없다’고 밝혔지만, 친문 진영의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독자 행보를 강화해 지지 저변을 넓혀가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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