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전단뿌린 30대 최근 檢송치
野“대통령 그릇이 간장종지 불과
권력자 비판을 신성모독으로 처벌”
동아일보DB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해 모욕죄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된 30대 남성 A 씨 사건과 관련해 2019년 당시 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A 씨를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10차례 가까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고소인이 누구인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전단 내용이 아주 극악해 당시에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대통령이 참으면 안 된다는 여론을 감안해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장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청와대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A 씨를 상대로 직접 고소를 결정했는지가 관심이었다.
청와대와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부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방한 전단 수백 장을 살포한 혐의(모욕죄 등)를 받고 있다. 해당 전단에는 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선대(先代)가 일제강점기 어떤 관직을 지냈는지 적혔다. 전단의 다른 면에는 일본 음란물 이미지와 함께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대리인을 통한 모욕죄 고소가 문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020년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짜뉴스’는 우리도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면서도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이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 직후 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과 가짜뉴스가 확산되던 상황이었다.
야당은 29일 “겁박의 시대가 됐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과 권력자를 비판하면 신성모독으로 처벌받는다”라며 “나도 이 자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정말 숨 막히는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원석 비대위원도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의 그릇은 간장 종지에 불과했음을 목도하고 말았다”고 했다.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사건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고 사과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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