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29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당대당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지만, 당내 일각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합당을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합당 문제를 놓고 일부 비대위원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었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 28일 안 대표와의 회동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 당명, 로고, 원외 당협위원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하면서 ‘합당 선언을 하면 그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비대위원들이 “절차상 과정이나 문제는 생략하겠다는 거냐”고 반발하자, 주 권한대행은 “과거에 언제는 의사를 묻는 절차가 제대로 있었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냐”고 맞받으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주 권한대행이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의원총회나 비대위에서 합당 반대가 없었기에 국민의당이 요청하는 구체적 요건들이 제시되면 받을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것과는 배치되는 전개다.
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합당은) 차기 지도부가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갈등이 있었다”며 “이 시점(지도부 교체기)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주 권한대행이 퇴임 직전에 안 대표를 만나 합당 논의를 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기지 않겠나”고 했다.
다른 비대위원도 “비공개회의에서 반발이 있자 주 권한대행이 ‘지금 안 대표와 같이 합당 선언을 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차기 원내대표에게 그 과정을 넘기는 것뿐’이라며 무리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주 권한대행은 본인이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방적인 밀어붙이식 과정이 있었을 뿐”이라며 “당대당 통합은 당 구성원과 당원 뜻이 굉장히 중요한데, 절차상 과정을 완전히 생략하고 강압적으로 찍어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비대위원은 “두 사람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모델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당시에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 밀실합의로 통합을 선언했다가 당내 분란이 계속돼 당이 망할 위기까지 내몰렸지 않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는 주 권한대행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의지가 분명하다는 분위기”라며 “당 통합 논의를 자신의 선거운동에 사적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여지가 높다”고 했다.
한편 주 권한대행은 이날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합당을 추진한다고 일부 비상대책위원이 자신을 비판했다는 보도에 대해 “제가 여러분과 상의 없이 진행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주 권한대행은 “안 대표와 대략 1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통상의 합당 같으면 어제(28일) 합당 선언도 할 수 있었다”면서도 “제 임기가 마치는 때 그런 중요한 행사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뒤 당대표 대행이 뽑히면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 후임 지도부가 (합당)문제를 잘 풀어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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