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전 초반부터 ‘도로 영남당’ 논란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울산 남을)가 당선된 뒤 당내에선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 확산을 위해 지도부 투톱 중 한 사람은 비영남권에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영남 출신 당권 주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 영남권 “수도권서도 30%는 영남표”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남 당 대표 불가론을 거론하는 세력이 지역주의를 조장해 나눠먹기식 정치를 강요하고 당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런 주장의 영향으로) 당이 부산경남에서 일정한 득표율을 올리지 못한다면 전국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영남권 주자들의 반발 기류도 거세졌다.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힌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남 배제론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우리 당을 위축시키는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영남 배제론을 유력 당권 주자인 자신을 겨냥한 공격으로 보고 있는 주 전 원내대표 측은 “수도권에도 영남 출신이 30%에 달하는데 이 표심은 버릴 것이냐.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대표를 뽑을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비영남권 주자들은 ‘당세 확장’을 내세우며 ‘영남당 논란’에 군불을 때고 있다.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정당이 되자는 것이지 특정 지역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영남지역의 중진들은 국민의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한다”고 했다.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영남을 벗어나서 새로운 정당의 면모를 좀 갖춰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전당대회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영남당 논란은) 우리 당을 고립시키려는 여당의 프레임”이라면서 “특정 지역이 된다, 안 된다는 일도양단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 일부 초선 “주호영 불출마 요구도 검토”
당내 일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영남에 매몰된 이미지로는 외연 확장을 통한 차기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초선의원은 “재·보선에서 나타난 203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의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영남권 유력 주자인 주 전 원내대표를 찾아가 불출마를 권유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도로 영남당’ 논란이 커지면서 수도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초선 김웅 의원이 ‘세대교체론’을 내걸고 출마한 데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인터뷰에서 “초선이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권영세(서울 용산), 박진(서울 강남을) 의원도 출마를 고민하는 가운데 원외에서는 서울에서 4선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 배제론은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움직임과 영남 출신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야권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대선과도 연결돼 있어 인화력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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