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위장 요구는 몽니” vs 野 “장물 돌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17시 52분


“장물(臟物)을 계속 갖고 있는 것”(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야당의) 몽니에 국회가 정쟁의 장이 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난달 나란히 선출된 여야 원내지도부는 나란히 협치를 말했지만, 현실은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18개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를 놓고 날선 공격을 주고 받았다.

● 與 “법사위 요구는 몽니” VS 野 “장물 돌려줘야”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여야 원(院) 구성 논의의 최대 쟁점은 법사위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되찾아야 한다는 태도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상임위 재배분과 관련해 법사위를 장물에 빗대며 “장물을 돌려주는 건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고 했다. 야당이 법사위를 맡았던 관례를 지금이라도 따르라는 요구다.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논의할 수 있는 여당을 향해 “입장은 명확하게 똑같다.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원 구성 협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사위는 내줄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 법사위원장 직을 여당이 맡기로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민주당은 민생입법과 개혁입법 완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사위원장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이제 와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장물에 빗대며 돌려달라는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갖기도 전부터 격돌을 시작한 것.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내대표는 박광온 의원을 새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여야가 합의를 더 이어가라는 취지로 박병석 국회의장이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을 미뤄놓은 상황이다.

● 민주당 대표-원내대표도 의견 엇갈려
다만 김 원내대표의 공언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법사위원장가 아니더라도 7개 상임위를 되찾아 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지난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알짜 상임위원장’ 7곳을 야당 몫으로 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바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보다는 핵심 상임위라도 가져와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신임 지도부 입장에서는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했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상임위 재협상 물밑 요구 역시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상임위를 독식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간에도 재배분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이 요구하면 법사위를 제외한 7개 상임위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송 대표가 맡고 있던 국회 외교통일국방위원장은 물론 민주당 당직 인선 상황에 따라 새 위원장을 뽑아야 하는 상임위가 추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강경파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의원들은 여당의 상임위 독식과 야당 몫 국회부의장 공백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윤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반기 원구성이 끝난 상황에서 상임위원장 재협상 권한이 신임 원내대표에게는 없다”며 재배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당 관계자는 “송 대표 취임 후 아직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입장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친문 대 비주류’라는 당내 고질적인 대립 구조가 깔려 있는 문제인 만큼 조용히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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