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66명, 두 번 이상 발탁… 이호승 4차례-황덕순 3차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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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4년 인사]文정부 고위직 401명 인사 분석

올해 3월 임명된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고위직에 올랐다. 2017년 6월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기획재정부 1차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후임으로 정책실장을 맡게 된 것. 관가에서는 이 실장이 2006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 데다 전남 광양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고속 승진의 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황덕순 전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노동연구원 출신으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으로 출발해 2018년 12월에는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2019년 7월에는 일자리수석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퇴직했다. 이후 올해 2월 친정인 노동연구원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이처럼 문재인 정부 4년간 고위직을 두 차례 이상 거친 ‘회전문 인사’가 모두 6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는 물론 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졌지만 경제와 일자리 정책을 이끌었던 이 수석과 황 수석은 승승장구하며 핵심 요직을 이어간 것이다. 여권에선 “이전 정권에서도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중용해 왔다”고 항변하지만 야권에선 “도 넘은 코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두 차례 이상 발탁된 고위직 66명 중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20명)과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18명)이 38명(57.6%)에 달했다.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지낸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뒤 감사원 사무총장, 민정수석 등에 올랐지만 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이른바 ‘추-윤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해 불명예 퇴진했다.

이 밖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도 승진을 거듭하며 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등 보수 정권 10년을 보내면서도 참정회(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등 각종 모임과 인연을 이어온 만큼 기본적으로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도 현 정부 4년간 고위직에 발탁되는 주요 인재 풀(pool)이다. 고위직 401명 중 112명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안보 사령탑을 번갈아 맡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물론 김상조 전 정책실장,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도 모두 캠프 출신이다.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 정부인 만큼 호남 출신도 이번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고위직 401명 중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 인사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남권 출신 인사가 정부 고위직에 96명 기용돼 인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됐다. 2명의 총리를 포함해 장관급 이상은 호남 출신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울경(15명), 수도권(14명), 충청권(10명)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코드가 바탕이 된 인사가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친여권 인사를 장관급에 임명하고 야당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동의 없이 29차례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도 야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 이유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이 까다로워진 반면, 국정철학을 제대로 공유하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겪어본 잘 아는 인사를 중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60년대생 고위직 289명… 80년대생은 1명뿐
靑고위직 168명중 88명 전대협세대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401명 중 1960년대생이 289명(7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30 세대는 한 명도 없었으며 여성은 58명(14%)에 그쳤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1960년대생에 이어 1950년대생 82명(20%), 1970년대생 20명(5%)이 뒤를 이었다. 정부 고위직 가운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1965~1972년생)는 153명(38.2%)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직 168명 가운데 전대협 세대는 절반이 넘는(52.4%) 88명이었다. 여전히 586세대가 정부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관가에서는 50대에도 여전히 막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전대협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586세대가 사회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5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최고령은 1942년생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79)이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75)이 뒤를 이었다. 1980년대생은 1981년생인 김광진 대통령 청년비서관(40)이 유일했다.

여성은 401명 중 58명(14%)에 그쳤으나 장관급 인사 68명 가운데서는 18명(27%)을 차지했다. 문 대통령의 여성 내각 30% 공약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







전주고-광주대동고-광주동신고 ‘고위직 톱3’
전주고 7명, 대동고·동신고 6명씩… “차관회의는 호남 동문회” 얘기도



문재인 정부 4년간 발탁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들의 출신 고등학교는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하며 호남 출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고위직 인사 401명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한 결과 전주고(7명), 광주 대동고(6명), 광주 동신고(6명) 출신이 많았다. 이어 광주 제일고(5명), 목포고(5명)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2, 3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던 전주고가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고위직을 많이 배출한 상위 10개 고등학교 중 호남 지역 학교가 5곳이었다. 경기고와 서울고도 각각 5명을 배출했고 경북고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5명을 배출해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전주고, 광주 대동고, 광주 동신고 출신 총 19명 중 18명이 모두 차관급 인사들이었다. 심보균 전 행정안전부 1차관, 최수규 중기벤처기업부 차관 등을 비롯해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조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이 전주고였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은 광주 대동고를 졸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차관회의를 하면 호남 지역 동문회 같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현 정부 인사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154명), 고려대(50명), 연세대(45명)가 249명(62%)으로 여전히 높았다. 이어 성균관대(16명), 한양대(15명) 순이었다. 외교안보 분야를 장악한 집단으로 회자된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총 8명이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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