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오는 21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미정상회담 전후 북한의 도발행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회담 이전에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걸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군사적 긴장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시절 (북미관계가) 크게 어긋난 걸 북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우를 다시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첫해였던 지난 2009년 4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로켓 ‘은하2호’를 발사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엔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 없이 경제제재 등 압박만 가하는 ‘전략적 인내’ 전략을 폈다.
이 장관은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선 “오랜 교착화, 답보상태를 깨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이 새로 정립됐고, 이런 과정에서 탐색적 수준이지만 북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측에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고위 당국자가 아닌 실무 수준임을 들어 “북한 나름 대화 여지를 남긴 절제된 메시지들이 나오는 걸 보면 한미정상회담 결과나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장관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북한이 그간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과 유사하느냐는 물음엔 “(북미가) 서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많은 방향”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의 ‘일괄 타결’도 아닌 제3의 방법, ‘바이든 방법’ 또는 ‘트럼프와 오바마의 중간’이 될 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단계마다 상응하는 조치들을 동시적으로 취할 수 있다면 북미 간에도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미국 측의 접촉 시도에도 불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북은 미국의 접촉 시도를 나쁘게 생각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초기에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면서 미국이 자신들(북한)에게 긍정적으로 나오길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북미 간에 ‘조기 관여’ 정책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이 장관은 향후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올해가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인 점, 그리고 올 7월 일본 도쿄올림픽과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이 예정돼 있는 점을 들어 “남북정상 또는 주요 당국자들이 서로 조우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나 가능성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남북정상 간 조우 가능성에 대한 물음엔 “오로지 북측의 입장에 달려 있다”면서 아직은 긍정적인 신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엔 “정치인·정당인 출신으로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것도 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통일부 장관으로 온 이후 당의 일은 상당히 많이 잊고 장관으로서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 등에 관한 질문에도 “당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즉답을 답했다. 이 장관은 “통일과 한반도 평화는 당리당략, 사리사욕을 초월해 임해야 하는 문제”란 말도 했다.
다만 그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 달라. (내가) 어떤 행보를 하는지”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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