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 후 북한에게 대화를 제의했지만 연거푸 ‘퇴짜’를 맞으면서 북미간 신경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바이든표 대북정책이 과거 버락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5일 ‘바이든의 대북 전략 : 서두르되 기다리기’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정부의 계획은 본질적으로 김정은이 긍정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이런 일은 조만간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며 전략적 인내 회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기본 개념은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필두로 북한을 옥죄며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했다.
현재까지 큰 틀만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동시적·단계적 접근’으로 비핵화 협상을 추진 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와 인권 압박도 함께 병행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전략적 인내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아울러 북한에게 연이은 대화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북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전략적 인내 회귀 관측에 불을 붙이는 요인 중 하나다.
로긴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북 접촉 시도 시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30일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완료한 만큼, 4월말 또는 5월초가 될 것이라는 분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백악관은 ‘2월 중순부터 뉴욕채널을 포함해 북한에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일부 보도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할 ‘당근’이 뚜렷하지 않고, 미국도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북한이 외교적 기회를 잡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하며 ”북한이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일, 수개월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일시적 ‘관망 모드’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관측도 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이 장기화 될수록 향후 북한이 무력시위 등으로 긴장감을 더욱 높이려 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우선 대북정책은 현실성을 두고 비판에 직면할 여지도 있다.
단 일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일괄타결식’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른 대북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현재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오바마 시대에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성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 회귀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며 ”북한은 지금 핵을 완성해 놓은 상황인데 이는 오바마 때와 달리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도 오바마 때처럼 기다리고만 있을 여력이 있어 보이질 않는다“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대북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당분간 북미간 기싸움, 명분 찾기 싸움이 있긴 하겠지만 양측 모두 전략적 인내 상황과는 달리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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