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데스노트 3인방’ 어쩌나…靑 “순리대로 판단”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7일 16시 48분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1.5.4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1.5.4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3인방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기 때문.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감지되는 가운데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이 주말 새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거취를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취 결단, 주말이 분수령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1.5.4 사진공동취재단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1.5.4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7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후보자 세 명에 대한 여론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당의 의견을 전달 받은 뒤 순리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일방 독주식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을 확인한데다, 송영길 대표 취임 후 첫 인사청문회였던 만큼 당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말까지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송부했다. 총리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정국이 이어지는 만큼 3인방에 대한 거취도 이르면 9일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자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이 예정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한 청와대 참모는 “향후 1년의 계획을 발표하는 특별연설에서조차 후보자 3명에 대한 거취 질문이 주를 이뤄서는 안된다”며 “시간을 오래 끌수록 여론도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文 대통령, 임·박 후보자 놓고 고심할 듯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1.5.4 사진공동취재단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1.5.4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정의당마저 지명 철회를 요구한 임혜숙, 박준영 후보자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후보자는 가족 동반성 외유 출장과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됐고 박 후보자는 부인이 도자기 찻잔 등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노 후보자의 경우 임명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다만 임 후보자는 흠결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박 후보자는 국민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박 후보자의 도자기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도자기가) 1250점이라는데 너무 많다”며 “이걸 다시 되팔았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임 후보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전자공학자인데다 청와대가 임 후보자를 어렵게 설득했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박 후보자의는 해수부 기조실장, 차관 등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다시 장관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인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진행한다. 연설 뒤에는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고 남은 1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미국의 새 대북 정책에 따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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