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 놓고 친문 對 이재명계 충돌…‘룰의 전쟁’ 개막하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9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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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이재명계 "패배 앞당기는 길…원칙 지켜라"
전재수 "특정인 배제도, 계파 총대 맨 것도 아니다"
송영길 지도부로 쏠리는 눈…"서둘러 교통정리를"
宋 "주제 아냐"…부동산·백신 우선 스텝꼬일까 걱정
경선준비 시일 촉박…당무위 의결 단서조항도 관건
날짜 다음은 경선 룰? 세대결 양상시 내홍 본격화

더불어민주당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할 송영길 지도부가 꾸려졌지만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탓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 끝에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야할 ‘골든 타임’을 놓치고 내홍만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며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논쟁은 여권 잠룡인 김두관 의원과 친문 전재수 의원이 지난 6일 나란히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고, 이에 친문 주류와 맞대응을 삼가던 이재명계 의원들이 침묵을 깨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7일 TBN(경인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들어서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보다 일찍 뽑힌 여당 후보가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두 달 차이인데, 원래 공격받을 만한 문제가 있다면 빨리 공격받는 게 좋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원래 과거에 굉장히 혹독하게 검증받았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호남 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도 “경선 연기론은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가세했다.

이어 “코로나19를 핑계로 (경선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상책이 아닌 하책이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라며 “이 지사와 상의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경선 연기를 공개 주장했던 전재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선 후보 경선 연기 주장을 전재수가 총대를 멨다. 특정 주자를 배제시키고 (후발 주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응수했다.

전 의원은 YTN 뉴스에 출연해서도 “집권전략 차원에서 말한 것이고, 경선을 연기하는 게 집권하는데 도움이 될지, 또 도움되지 않을지는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친문 전재수 의원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의 일원”이라며 “누구를 띄우고 누구를 배제하기 위해서, 어떤 계보의 이익을 위해 총대를 다시 멘다든지, 이렇게 정치하지 않는다”면서 친문의 이 지사 견제 목적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나아가 “결국 우리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 과정처럼 국민의힘, 경쟁하는 상대당에 굉장히 압도당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 고민하는 의원들이 당내에 상당히 많다”면서 ‘경선 연기’가 당내 다수의 기류라는 주장도 폈다.

경선 연기를 놓고 충돌한 양 측은 일제히 송영길 지도부의 ‘교통정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계 민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런 논란이 더는 뜨거워지지 않도록 서둘러 정리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고, 전 의원도 지지않고 “더는 많이 미룰 문제가 아니다. 당지도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광주 방문자리에서 “지금은 그게 주제가 아니니까 우리 일을 열심히 하겠다”며 “그런 고민은 아직 안 한다. (당직) 인선도 덜 끝났다”며 “정비가 된 다음에 차분히 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송 대표로선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논쟁에 끌려들면 끌려들 수록 취임 초 강력한 권한으로 쇄신을 주도할 ‘당대표’의 위치보다 대선주자들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심판’의 면모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과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의욕적으로 당무에 들어가려던 스텝이 꼬인 셈이다.

그러나 경선 연기 문제를 더는 미루기도 어렵다. 대선 180일 전 선출 규정에 맞춰 오는 9월 초 대선후보를 확정지으려면, 늦어도 6월부터는 예비경선에 들어가야 한다. 제반 절차를 준비할 경선기획단도 이달 중에는 꾸려야 차질없는 진행이 가능하다.

송영길 지도부가 조속한 시일 내 경선 일자를 둘러싼 당내 논쟁을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다.

경선 연기가 실제 가능한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당헌 제88조는 대선 후보 선출일을 ‘선거일 전 180일’로 규정하면서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헌 개정 없이도 당무위 의결로 선거일을 달리할 수 있는 셈이다.

전 의원도 해당 조항을 제시하며 “당헌당규 개정사항이 아니고 당무위 의결사항이다.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서의 ‘상당한 사유’는 물리적으로 대선 경선을 도저히 치를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이낙연 지도부 시절 경선 연기론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도 당무위 의결을 통한 경선일자 변경은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박광온 당시 사무총장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헌의 단서조항은 불가항력적 상황을 전제한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경선 연기 이후가 더 험로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합의된 날짜를 고친 이상 경선 룰을 놓고도 유불리를 따지는 줄다리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민주당내 이합집산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룰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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