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혔던 한일 고위급 대화에 숨통이 트이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정상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전하고 이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한일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을 방문중인 박 원장은 지난 1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스가 총리도 이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스가 총리도 박 원장에게 문 대통령에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외교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에 박 원장은 조만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일본측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5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 장관 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약 일주일만에 이뤄진 고위급 회동이다.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첫 대면 협의를 가지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한일 양측은 G7 계기 회담에서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모색하기로 공감했지만 강제징용·위안부 과거사 문제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선 팽팽하게 맞섰다.
이어 우리 정보수장이 일본의 스가 총리를 직접 만나면서 한일관계 개선에 실마리를 찾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일본의 거부로 한일 간 고위급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해법을 마련해오라는 이유에서였다.
정 장관 취임 이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까지 모테기 외무상과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못했고 아직까지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 역시 모테기 외무상과 스가 일본 총리와 면담을 하지 못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고의적으로 한국 정부를 피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일련의 한일 고위급 회담을 두고 한미간 역사문제와 교류협력문제를 별도로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올림픽을 앞두고 주변국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본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 올림픽 취소 여론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주변국 지지는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박 원장은 이날 일본 집권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도쿄올림픽 개최를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의 간접적인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전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주재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이번 박 원장의 스가 총리 예방도 한미일 정보수장 회의 계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해결까지는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이런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적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당국 고위급이) 만났지만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 중요한 두가지 이슈(강제징용·위안부 판결)에 대해서는 전혀 진척이 없어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양보할 것 같지 않고 일본은 계속해서 우리측에 해법을 요구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죽만 울리고 실질적인 진전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계기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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